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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기자칼럼] 손흥민, 함께의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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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토트넘 손흥민의 한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팬들 사이에 공유됐다. 골을 넣는 게 아니었다. 시즌 최종 홈경기를 마친 뒤 팬 서비스를 하는 내용이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지인,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관중석에 있는 팬들과 악수하며 사인도 해줬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5분. 손흥민 얼굴은 밝았다. 팬이 있기에 자신도 존재함을 아는 표정이었다.

경향신문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손흥민은 축구를 철저하게 팀 종목으로 대했다. 자신이 골을 넣기보다 팀이 이기는 걸 바랐다. 공격수로서 수비도 열심히 했고 동료를 항상 도왔다. 토트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최근 ‘득점왕 경쟁 중인 손흥민에게 PK를 맡길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PK는 케인이 찬다”며 “개인 목표보다 팀 목표가 우선이라는 걸 손흥민도 안다”고 말했다.

손흥민 부친 손웅정씨는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기본기를 강조했다. 손씨는 “축구에서 모든 건 기본기에서 나온다”며 “경기에서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패스, 드리블, 헤딩, 슈팅이 정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축구를 배우는 건 기본기를 배우는 오랜 여정의 시작”이라며 “흥민이도 기본기를 배우는 데는 7년이 걸렸다”고 했다.

손흥민이 23일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2골을 몰아쳐 공동 득점왕이 됐다. 프리미어리그는 명실상부한 현재 세계 최고 축구리그다. 연봉이 가장 높고 세계 각국의 최고 선수, 최고 명장이 모인다. 그곳에서 득점왕이라니. 20년 넘게 축구기자를 하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박지성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에 이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소식이다.

손흥민은 기본기, 축구를 대하는 자세, 팬을 대하는 태도 등 탁월한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을 겸비했다. 기본기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혹독하게 배워 익혔다. 축구, 동료, 팬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손씨는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먼저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축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교만할 수 없다”고 아들에게 수없이 강조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을 주도했다. 백종원은 식당 주인에게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좋은 재료 쓰기, 식당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손님을 친절하게 대하기다. 세 가지 중 부족한 게 있다면 백종원은 불같이 화를 냈고 식당 주인을 심하게 야단쳤다. 백종원이 요리를 만들어 팔 때 강조한 것도 손흥민이 축구를 하면서 실천하는 것과 똑같다. 좋은 재료는 기본기, 식당 청결은 축구를 대하는 자세, 손님에게 친절하기는 팬을 대하는 태도다.

어찌 축구와 요리에서 뿐일까. 세상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게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기초 역량, 해당 업무와 업무를 함께하는 동료를 대하는 자세, 내가 만든 물건이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등 세 가지가 어떤 일이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잘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이라면 동료도, 소비자도 돕게 마련이다. 노리치 시티전 막판 동료들이 손흥민을 밀어준 것처럼.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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