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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육사 이전, 정치적 흥정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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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문제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뜬금없이 육사의 안동 이전을 거론한 데 이어 지방선거에 출마한 충남도지사 여야 후보들도 논산 이전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육사 이전은 안보, 생태, 역사 등을 고려한 적법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득표를 위해 제안할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조선일보

지난 2019년 2월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 전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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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당사자인 국방부와 육군, 육사가 반대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육사 이전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육사는 현 위치에 있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육사가 있는 화랑대 지역은 1946년 국군 모체인 국방경비대 제1연대가 창설된 곳이다. 6·25전쟁 때는 생도 539명이 참전해 내촌리 전투와 육사 내 92고지 전투에서 150여 명이 전사했고, 인근 불암산 일대에서도 생도 13명이 6사단 낙오병 20여 명을 규합해 ‘불암산 호랑이’라는 유격대를 결성해 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호국 영령이 잠들어 있는 성지를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

화랑대 인근 태릉·강릉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경우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 화랑대가 위치한 서울시 노원구 주민들은 육사와 태릉 일대에 역사·안보·생태 힐링공원을 조성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육사 이전이 정치적·경제적 흥정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화랑대 일대는 대한민국 수호의 역사를 간직한 국가 방위의 요람이자 친환경 지역으로 보전해야 한다.

[박종선 前 육사 교장·예비역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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