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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PEF 13국, ‘무역·공급망·인프라·반부패’ 손잡고 중국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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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지역서 美中 패권경쟁 본격화

23일 오후 4시 43분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의 이벤트홀 이즈미 가든 갤러리의 연단 위에 앉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의 출범에 동참해줘서 고맙다”며 “(참여국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인도·태평양을 위한 비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역내 경제 질서 주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이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브루나이 등 13국이 출범 참여국이 됐다.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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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곁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4일 열리는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차 도쿄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나머지 참여국 정상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출범식에 동참했다. 13국은 무역, 공급망, 인프라·탈탄소, 세금·반부패 등 4가지 분야에서 공동의 규범 형성을 논의하고 경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을 포괄하는 거대 경제권이 등장하게 됐다. 작년 기준 IPEF에 참가한 12국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액은 2610억달러, 수입액은 2372억달러였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4% 38.6%였다. 대(對)중국 수출액 1629억달러, 1386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6국 외 다른 국가들의 참여 여부는 유동적인 상황이었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 참여를 주저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ASEAN 정상들을 지난 12일 백악관으로 초청해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인도를 끝까지 설득했다. 또 IPEF가 중국을 겨냥한 안보 동맹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출범 후 참여 조건을 계속 협상할 수 있게 해서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 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미국과 일본이 함께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뒤, 미국은 중국과의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 경쟁에서 “총만 들었을 뿐 버터를 바를 줄은 모른다(all guns and no butter)”는 비판을 들어왔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 형성에 있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도구가 전무하다는 뜻이다. TPP가 차지할 줄 알았던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 타이틀은 중국의 주도로 2020년 11월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돌아갔다. 미국이 탈퇴한 TPP는 남은 회원국들의 합의에 따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재탄생했는데, 중국은 여기에도 가입 신청을 했다.

이대로라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 주도권을 중국에 완전히 넘겨주게 된 상황이지만, 미국 국내 정치 상황상 새로운 다자(多者)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지지층인 노동조합들이 자유무역협정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CPTPP 재가입 등을 고려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만든 것이 IPEF란 것이다.

TPP를 주도해 아시아 경제권 리더십을 장악하려다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탈퇴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일본도 IPEF의 출범을 적극 주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곁에 앉은 기시다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고,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둘째로 발언에 나섰다. 중국이 RCEP을 주도하고 CPTPP 가입까지 신청한 상황에서 아세안의 주요 국가별 교역량만 놓고 보면 일본이 중국에 한참 밀린다. 하지만 반부패 같은 새로운 잣대를 내세워 중국의 참여를 사실상 배제한 상황에서 IPEF의 힘이 커지면 일본의 대(對)중국 경제 대항력도 커진다는 것이 일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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