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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화합과 통합” 與野 봉하마을 총집결… 文도 5년 만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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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3주기 추도식 열려

與지도부 참석… ‘5·18’ 이어 파격 행보

이준석, 권양숙 여사와 별도 면담 가져

尹대통령 “정치사에 안타까운 일” 추모

韓총리 “아직은 성숙한 민주주의 안 돼”

文, 눈시울 붉힌 채 별다른 언급없이 떠나

민주 강성 지지자, 박지현 위원장 공격

與인사엔 “당장 가라” 야유 쏟아내기도

세계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권양숙 여사(앞줄 왼쪽 세 번째),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앞줄 오른쪽) 등 내빈들이 참배와 헌화를 하고 있다. 이날 추도식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해=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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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을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집결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친구’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취임 첫해 이후 처음 추도식에 참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정부 측 인사들도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노무현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던 한 총리는 추도식 후 기자들을 만나 “제도적으로만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정말 대화하고 타협하고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충분히 우리(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가 됐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각별한 위로의 뜻을 전하라고 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굉장한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 말씀도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지난 18일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현역 의원들이 사실상 전원 참석한 데 이어 ‘화합과 통합’ 메시지를 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권 여사와 별도 면담도 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지방선거 때문에 많은 분이 못 오셨지만, 오늘 같이 와 주신 의원님들처럼 노 전 대통령 기념행사에 자주 참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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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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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 등 야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회의 일정상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치에 참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제주 일정 중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9월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많이 불리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직접 불렀다. 그는 “대구지검에 있을 때,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때 내가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이) 노무현 영화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고 발언한 통화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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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운데)와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참배를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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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은 분향을 마치고 별다른 말 없이 봉하마을을 빠져나갔다. 그는 2017년 추도식 때 “성공한 대통령이 된 뒤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 묘소 참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힌 채 권 여사와 한 총리,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날 봉하마을은 섭씨 28도를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더웠다. 그러나 지난 대선 경선에서의 앙금과 최근 박 위원장을 향한 당내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은 여전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향해 ‘수박’이라 외치는 강성 지지자들과 박 위원장을 향해 “내부총질을 그만하라”는 야유도 있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선 “당장 나가”라며 온갖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노 대통령은 늘 사즉생의 자세로 살았다”며 “당선이 확실시됐던 종로를 버리고 험지 부산으로 내려가 망국적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모든 걸 내던졌다”고 기억했다. 정 이사장은 “늘 가진 것을 버리고 낡아빠진 구시대 유산과 대결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왔던 그는 언제나 역사와 시민의 위대함을 믿고 자신의 운명을 맡겼던 인물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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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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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추도식에 보수 정부 총리가 첫 참석한 데 대해 “국민 통합과 여야 협치에 있어서 일단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보수 정당의 추도식 참배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영만 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 상임대표는 “보수 정부 인사들이 참석하는 건 좋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창원시민 김모(31·여)씨는 “최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어 이번 추도식을 계기로 국민이 다시 하나 되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김해=김현우·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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