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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韓수출 40%는 IPEF 경제권…미국 주도 中포위전략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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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EF 공식 출범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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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동참으로 우리나라는 수출입 비중이 40% 안팎에 달하는 거대 경제권역과 한층 긴밀한 공급망 동맹을 구축할 발판을 마련했다. 한미 경제안보동맹 강화는 물론 다른 참여국과의 협력 관계가 공고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더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 분절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익을 지킬 글로벌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자칫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매일경제가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IPEF에 참가한 미국·베트남·일본·인도 등 12개국에 대한 2021년 우리나라 수출액은 약 2610억달러, 수입액은 약 2372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출·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4%, 38.6%에 달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 25.3%, 수입 비중 22.5%에 비해 월등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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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은 2020년 기준 세계 경제의 44.8%, 무역의 35.3%, 인구의 35.2%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은 38조1570억달러, 무역 규모는 12조701억달러에 달한다. 이 거대한 경제 블록에 한국이 소외되지 않고 선제적으로 합류했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IPEF가 다룰 4개의 핵심 의제는 공정무역, 공급망, 청정 에너지와 탈탄소화, 조세·반부패다. 이 중에서 한국의 관심사는 공급망과 청정 에너지·탈탄소화에 집중돼 있다. 공급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반도체나 배터리 관련 역량이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위에 있고, 탈탄소의 기반이 되는 원전 역시 한국이 상당한 기술과 제조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미국과의 산업·경제동맹을 강화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IPEF 정상 간 영상회의에서도 반도체와 배터리, 미래차가 공급망 위기 대응의 핵심이라고 말했고 한국의 원자력, 수소,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강조했다.

다만 무역 의존도가 컸던 중국의 반발은 지고 가야 할 리스크다. 단일 국가로 보면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기준 수출액은 약 1629억1297만달러, 수입액은 약 1386억2813만달러로 미국 무역 실적의 거의 두 배에 육박했다. IPEF가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는 목적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중국이 한국 등 IPEF 참여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용량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의약원료품 등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각각 39.5%, 93.3%, 52.7%로 매우 높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뜻의 '안미경중'에서 벗어나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와 더불어)' 모드로 전환하려는 한국에 IPEF 가입은 거대한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은 IPEF를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협정'으로 보기보다는 규범을 만들기 위한 '기구'로 봐달라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출근길에서도 윤 대통령은 "IPEF는 FTA와 같은 통상협정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경제 통상과 관련한 광범위한 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그 룰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빠지면 국익에도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시점에선 IPEF의 핵심 의제만이 설정됐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가입국 협의를 통해 함께 마련해 나가게 된다. 향후 실질적인 규범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국익 우선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국제 무역의 기본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중심의 전략적 산업 국제 공급망이 형성될 경우, IPEF 외에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과도 더 긴밀하게 연결이 될 수 있어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국익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가치 중심'의 목소리를 내면서 IPEF는 물론 중국 주도의 RCEP, 일본 주도의 CPTPP 등 다양한 채널을 동시에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IPEF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강제·아동노동 제재 기조에 동참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을 제정해 중국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에서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 같은 수입 제한 조치는 캐나다·호주 등 해외 주요국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한국이 이에 합의할 경우 국내 기업은 원료·중간재·부품 등 기존 공급망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이 제3국으로 들어와 추가로 가공된 경우에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상경 기자 / 박인혜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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