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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루나 쇼크’ 세미나 모인 전문가 “루나, 한 번 가격 폭락하면 망할 수 밖에 없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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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일부터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와 관련한 세미나에서 “한 번 가격 폭락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시세가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루나와 테라의 알고리즘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불가능한 발상으로 시스템 관련 우려가 계속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과징금 등 행정 규제 기반으로 유연성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긴급세미나에서 토론 사회를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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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및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주최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은’ 긴급 세미나가 열렸다.

첫 발표에 나선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루나 사태 발생의 원인으로 그 알고리즘의 불완전성을 꼽았다. 그는 “루나·테라 알고리즘은 대량 매도가 발생할 때 문제점이 드러난다”며 “루나와 테라(UST)의 가치가 동반 하락할 경우,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루나의 가격이 하락하면 테라와 교환되는 루나의 양이 더 많아지는데, 이럴 경우 더 많은 양의 루나가 거래소로 유입된다”며 “늘어난 수량으로 인해 루나의 가격은 이전보다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전 교수는 “가치 하락으로 투자자들도 신뢰를 잃게 된다”며 “신뢰가 무너지며 일명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이 발생하고 따라서 가치 하락이 가속화하는 ‘죽음의 나선(Death Spiral)’ 상태에 돌입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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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 발표 자료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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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 교수는 “테라·루나 사태로 하락한 가격을 올리기 위해선 7조개의 루나 코인이 소각돼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며 “루나 알고리즘은 선물을 매도한 후 대량 매도 공격을 하면 시스템이 무너지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제화 외에도 가상자산거래소의 정의 및 책임과 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 교수는 “공인된 복수의 가상자산 평가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며 “2~3개의 평가사가 가상자산의 상장 및 공시에 대해 평가하는 방법으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환 블로코 대표도 전 교수의 의견과 동감했다. 루나와 같이 알고리즘 기반으로 가치를 고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루나 알고리즘과 비슷한) 발상은 과거에도 무수히 실패했다”며 “정말 그런 알고리즘이 실재한다면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거래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에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가상자산이라도 국제적으로 분할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따라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천창민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추후 가상자산 규제 방향을 ‘행정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의 경우 증권에 대한 규제를 형사 규제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 해결 및 처벌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천 교수는 “형사 규제는 높은 증명력을 필요로 하기에 사건 발생부터 처벌까지 2~3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반면 미국, 독일, 일본에 대해선 과징금 등 행정 규제로 관련 범죄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가상자산 규제를 행정 규제로 해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문제가 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루나, 테라와 같이 담보물이 없고 차익거래와 시장 유인 전략으로 만들어진 코인은 거래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위와 같은 코인은 알고리즘에 따라 가치가 변하기에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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