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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스파라거스 다발'을 그린 이유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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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6월 7일까지 삼청동 38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에 부쳐

오마이뉴스

에두아르 마네의 아스파라거스를 생각하며 ▲ 아스파라거스만 그리면 단조로울것 같아 물병과 오렌지를 식탁위에 놓고 그렸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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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1832~1883)는 인상파의 대부로 알려져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의 작품 '풀밭 위의 식사'로 현대미술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술사에서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 일이 그렇게 쉽겠는가. 그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지만 그는 이단아적인 자신의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도 몹쓸 병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40대 말의 그는 요양 중이라서 예전 같은, 논란을 부르는 대작을 할 수 없었다.

이때 그가 그린 그림이 '아스파라거스 다발'이다. 흰 바닥에 초록색 잎이 깔려 있고, 가는 버들가지로 묶은 아스파라거스 한 다발이 화면 가득 그려져 있다. 그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의 그림 솜씨만큼은 반대자들도 인정할 정도였다. 그는 이 단순한 그림을 품격 있게 완성했다.

그의 지인이자 컬렉터인 샤를 에프뤼시(1849~1905)가 마네의 작업실에 왔다. 그는 러시아에서 건너온 유대계 사업가의 후손이었는데, 그의 할아버지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에서 곡물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들였다. 그는 가문의 부로 미술품을 수집했는데 마네의 그림을 사기로 했다.

아스파라거스 다발의 전시가 끝나고 그림을 받아 본 에프뤼시는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원래 그림값 800프랑에 200프랑을 더해서 1000프랑을 보냈다. 그림값을 받은 마네는 작은 캔버스에 '아스파라거스' 한 줄기를 그렸다. 그리고 그림에 편지를 동봉해서 보냈다. "자네에게 보낸 아스파라거스 다발에서 한 줄기가 탁자에 떨어져 있지 뭔가."

미술품 거래 역사상 가장 흐뭇한 장면 중 하나다. 에프뤼시는 200프랑을 더 건네는 대신 작품 한 점을 덤으로 받게 되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그림에 대한 스토리 또한 얻게 되었다. 그림값을 더 쳐준 에프뤼시도 추가로 그림을 그려 보낸 마네도 멋진 인물이다.

마네는 그림을 판매한 3년 후인 1883년에 51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작품도 역사의 격동 속에서 전전을 거듭하다가 원래 그렸던 아스파라거스 다발은 독일 쾰른의 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에 걸려 있고, 아스파라거스 한 줄기는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다.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나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작가에게 그림값을 물어보는 것이 큰 실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은 대부분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설령 판매하지 않는 작가라도 자기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는 관람자가 고마울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작품 감상은 그림값을 물어볼 때부터 시작된다. 여행을 가서 갤러리나 골동품상에 가면 한 바퀴 돌아보고 가장 마음에 들거나 살 만한 작품을 골라 얼마냐고 물어본다. 내가 살지도 모른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그림을 매우 신중하게 자세하게 살피게 된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돈을 더 주고 저 큰 그림을 사야 되나, 아니면 작품성이 있어 보이는 다른 작품을 사야 하나 등등.

작품값을 물어보면 갤러리 주인이나 작가들은 진지하게 작품의 내력이나 의도를 설명해준다. 진정한 그림 감상은 이때부터다. 오스트리아 여행 갔을 때 빈의 뒷골목에서 들어간 골동품상에서는 물건 값을 물어보니까, 사장님이 추천할 물건을 창고에서 슬그머니 꺼내 오신다. 그들은 진짜 전문가들이고 그들과의 대화는 나에게는 좋은 강의다.

아주 마음에 들면 사 오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이 작품을 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해야 작품 감상이 더 잘 된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으니까. 나에게도 마네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아스파라거스를 그려보기로 했다.

먼저 어반스케쳐답게 주변에 아스파라거스 농장이 있나 찾아봤지만 주변에 그런 농장은 없었다. 땅에 심어져 있는 아스파라거스 그림은 다음으로 미루고 마트에 가서 아스파라거스를 사 왔다. 식탁 위에 아스파라거스와 물병 그리고 오렌지를 배치했다. 실내 정물화이긴 하지만 직접 보고 그렸다. 오랜만에 그린 정물화라 쉽지 않은 과제다.

올해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일이 많이 생겼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기고하면서 시민기자가 되었다. 기사 거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어반스케쳐스 고양의 운영자도 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으로 개인전도 하게 되었으니 신문사에도 독자에게도 감사할 뿐이다.

그림을 모니터로 핸드폰 화면으로 보는 것이 일상화된 시대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림을 직접 보고 싶은 욕구는 더 커지는 듯하다. 사실 갤러리 업종은 호황이다. 내 그림도 그렇지만 그림을 직접 보면 화면으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더 예쁘다. 첫 개인전이라고 유수의 어반스케쳐들이 축하의 의미로 작품을 보내 주셔서 같이 전시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영광이며 감사한다.

전시는 삼청동 38갤러리(종로구 삼청로2길 3-8)에서 5월 25일부터 6월 7일까지 한다. 재미를 위해 미술품 거래 이야기로 기사를 시작했지만 갤러리에 오는 분은 작품 구입을 하든 안 하든 똑같다. 그나저나 아스파라거스 그림을 다 마쳤으니, 오늘 저녁 반찬은 아스파라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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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청동 38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합니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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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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