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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크래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보다 위험한 사회적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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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monkeypox)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만 여겨졌던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마스크를 벗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또 다시 발생한 바이러스성 질환에 온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숭이두창 확산이 더 두려운 것은, 바이러스 감염과 함께 ‘사회적 낙인’도 함께 찍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감염보다 두려운 ‘사회적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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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두창에 걸린 사람의 손(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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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보고된 국가 는 총 15개국이라고 합니다. 2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12개국에서 하루 만에 3개국이 늘어난 것입니다. 영국, 미국, 호주 등에 이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원숭이 두창은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죠. 그런데 문제는 원숭이두창 감염이 인종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인 병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남성 동성애자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발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여러 유럽 국가가 최근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의 대부분이 남성 간 성관계가 있었던 20~50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의 수석 의료 고문인 수잔 홉킨스 박사는 22일 “감염자 대부분이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젊은 남성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인 남성 중 몸에 특이한 발진 등이 나타나면 바로 보건당국으로 연락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스페인 보건당국도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9명 늘어 총 30명이 됐는데, 이들 대부분이 같은 사우나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사우나는 동성애자 남성이 선호하는 시설을 뜻합니다.

물론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 중 상당 부분이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에 집중됐다는 보건당국들의 발표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성 소수자라는 특정 집단을 감염병과 섣부르게 관련 지은 것은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낙인과 혐오를 정당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인종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보였던 감염병이다 보니 인종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감염 원인과 동성애·인종 관련 없어


전문가들은 이번 원숭이두창 감염 세가 동성애와 인종 등과 관계없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동성애는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과 관련이 없으며 순전히 ‘우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맥킨타이어 교수는 “우연히 바이러스가 남성 동성애 집단에 유입되고 계속 퍼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우연히 동성애 집단에 많이 전파됐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유엔의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로 성 소수자 혐오와 인종차별을 조성하지 말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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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발표한 보도 자료 일부분 (출처= UNAID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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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AIDS는 22일(현지 시간) 보도 자료를 내고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와 관련한 일부 보도가 동성애 혐오와 인종차별적 고정 관념을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의 상당 부분이 게이, 양성애자,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중에서 확인됐다”면서도 “WHO에 따르면 감염 위험성이 가장 큰 것은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 접촉을 한 사람들이며, 그 위험은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정액을 통해 퍼지지는 않는다고 분석합니다.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바이러스학을 전공하는 스튜어트 닐 교수는 “성적인 관계로 전염이 됐다고 보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원숭의두창의 감염 원인은 성관계 만이 아니라 체액, 호흡기 비말, 오염물질 접촉 등을 통해서도 전파됩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한 오해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매튜 카바나 유엔에이즈계획 사무부총장은 “감염자에 대한 낙인과 비난은 발병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뢰와 능력을 훼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증거에 기반을 둔 대응을 빠르게 무력화하고 비효율적이고 징벌적 수단을 조장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다른 팬데믹 가능성은?...‘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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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입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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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원숭이두창은 대유행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세계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때와 달리 어느 정도 대처법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두창’이란 이름처럼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합니다. 이에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85%의 면역효과가 있는 데다가, 이미 원숭이두창용 백신도 개발돼 있습니다.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은 천연두와 원숭이두창 백신인 ‘임바넥스’를 개발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상황도 코로나19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질병관리청은 22일 국내에 인간 두창 백신 3502만 명분이 비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숭이두창에 효과가 있을지 평가를 거치긴 해야겠지만 말이죠.

[이투데이/손민지 기자 (handm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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