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보바스병원 발판 삼은 롯데처럼… 종합병원 짓는 부영그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우정·금천 종합병원 조감도. /부영그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영그룹 우정의료재단이 지난달 서울 금천구 시흥동 우정·금천종합병원(가칭)을 착공했다. 23일 금천구청역 앞 병원 부지는 터 작업이 한창이다. 오는 2026년 완공 예정인 이곳은 지하 5층, 지상 18층, 연면적 17만5818㎡ 규모로, 병상 810개와 심혈관센터, 소화기센터, 여성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기업이 병원업에 진출하는 것은 지난 2017년 롯데그룹이 보바스병원을 인수한 지 5년 만이다. 의료계에서는 부영이 롯데의 보바스병원 모델을 벤치마크해 신사업으로 헬스케어를 육성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의료법 등 규제 때문에 종합병원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병원은 영리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 투자 유치도 안 되고, 수익은 재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헬스케어 사업을 하려면 병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렵다. 롯데그룹도 보바스병원을 인수한 지 5년 만인 올해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알렸다. 의료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뜻이다.

조선비즈

네이버 제2사옥인 1784. 제2사옥에는 사무, 연구 인력 뿐만 아니라 200평 규모의 스마트 사내 병원도 들어섰다. /네이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씨젠 등이 사내병원을 짓되, 직접 의료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내 병원 운영은 직원 복지의 목적도 있겠지만, 헬스케어를 사업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키도 쥐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사내병원을 포함한 신사옥을 공개했는데, 이곳에서는 로봇 등 신기술을 병원에 대거 접목했다고 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로봇 친화적인 설계는 휠체어에도 좋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로봇과 의료를 결합한 헬스케어를 한다면, 부영은 임대주택사업을 주로 해 온 강점을 살려 병원과 실버타운을 조성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가 보바스병원을 인수할 때도 ‘실버타운’에 무게가 실렸다. 롯데그룹은 2014년부터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서울 근교 실버타운 시장 조사에 들어갔었다.

롯데가 보바스병원을 택한 것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보바스병원은 롯데가 인수하기 전부터 고령층 사이에선 ‘빅5 병원’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다. 2014년 당시 1인실 입원비가 한달 1000만원이 넘었지만,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만 400~500명이었다.

사실 병원 사업 진출 준비는 롯데보다 부영이 먼저였다. 부영은 2012년 대한전선으로부터 이 부지를 1250억원에 매입했고, 2015년에는 서남대 의대 인수전에 나섰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이후 병원 사업자를 찾지 못하다가 우정의료재단을 직접 설립했다. 부영은 보바스병원 매각 입찰에도 롯데와 함께 참여했다.

병원이 영리사업을 할 수 없지만, 고령화에 맞춰 수도권에 병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의료계에선 경기 동남권 고령층 헬스케어는 롯데(보바스병원)가 평정하고, 서남권은 부영(우정 금천병원)이 가져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버타운을 조성하는 부영이 우정·금천종합병원을 고급 노인 의료 시설로 육성할 가능성이 있단 뜻이다.

다만 의료계 관계자는 “우정금천종합병원은 810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보바스병원과는 다루는 시장이 다르다”라며 “우정·금천종합병원의 직접적 경쟁 상대는 고대 구로병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병원산업은 실패의 위험이 있어서 섣불리 도전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의료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확장성을 갖고 있는 만큼 다른 기업들의 지속적인 진출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