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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성소수자 후보들이 말하는 6·1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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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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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진 정의당 서울 관악구의원(사선거구) 후보가 지난 20일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곽수진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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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연장전으로 불리는 6·1 지방선거에서 ‘지워진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출마한 후보들이 있다. 곽수진(37·서울 관악구의원 사선거구)·류세아(31·경기도의원 비례대표)·오승재(24·서울시의원 비례대표) 정의당 후보(가나다순)가 그들이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소수자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각각 지난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찬·반에 갇힌 성소수자 의제를 의료·교육·노동 등 구체적인 삶으로 확장해 지역에서부터 차별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출마한 이유는”

오승재 후보는 동성애자다. 2017년 대선 후보 TV토론을 보고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성애 반대 등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도돌이표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성소수자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의당에 입당했다.

오 후보는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는 폭이 제한적이라고 느낀다. 그는 “성소수자 문제는 인권으로만 다뤄진다. 정체성으로 인해 노동, 의료, 복지 등 삶에서 차별당하는 문제들은 지워지고 있다”며 “이 문제를 절박하게 느끼는 당사자들이 해결 방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세아 후보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정치 참여의 기점이 됐다고 말한다. 트랜스젠더인 그는 자신과 같은 소수자를 지키기 위해 시민단체 및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류 후보의 슬로건은 ‘당신의 존엄은 일상 곁에’이다.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이 가까운 곳에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곽수진 후보는 구의회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성소수자 주민이 마음 놓고 자신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마을은 아직 멀기만 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곽 후보는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부위원장’ 이력이 적힌 명함을 직접 나눠주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부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논쟁적이고 환영받지 못할 이력을 왜 넣었냐. 빼라”는 막말도 들었다.

곽 후보의 슬로건은 ‘관악을 꽉 잡아! 당신과 닮은 구의원’이다. 곽 후보는 “서울에 사는 사람은 한 번은 관악에 살다 간다는 말이 있다”며 “신림동에도 퀴어 상권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관악은 누구나 살기 좋은 관악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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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정의당 서울시의원(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22일 서울 중랑구 동부시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오승재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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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세 후보는 모두 ‘인권영향평가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인권영향평가 제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정책 등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책이 인권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평가하는 제도다.

류 후보는 “정책을 입안할 때 남성·여성 외에 다른 성이라든지, 이성애 기반의 결혼 외에 다른 형태의 가족은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성소수자로서 공공보건의료 현장에서 겪는 차별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성소수자는 보건소에 가도 자신의 성별을 드러내지 못하고 치료를 받는다”며 “성소수자를 동성애자로만, 동성애자는 에이즈 보균자로만 한정한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오 후보도 공공의료원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시정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수술 동의서 등 이성애 중심의 혼인이나 가족관계를 염두에 두는 관행 때문에 원가족과 멀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 성소수자는 건강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인권영향평가 활성화와 함께 보건의료 차별 실태조사 실시, 공공보건의료 종사자·공무원 인권교육 시행, 성소수자 의료 지원 확대 등을 공약했다. 오 후보도 인권교육 시행과 더불어 성별 표기가 불필요한 민원 서식의 경우 성별 표기를 없애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곽 후보는 탈가정 성소수자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5년간 청소년 지원기관에서 성소수자 관련 직무교육을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고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실적이 민간단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며 “청소년 쉼터 종사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매뉴얼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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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아 정의당 경기도의원(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류세아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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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의원의 탄생, 그 의미는

후보들은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으로 치러지며 소수자 의제가 지워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구의원 후보일수록 그 체감도는 더 크다. 곽 후보는 대선에서 정권 심판론의 요인이었던 부동산 이슈가 이번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신림선이 오는 28일 개통하면서 관악구에서도 재개발 이슈가 다른 의제들을 잠식하고 있다”며 “신림동에 퀴어 상권이 새로 생기는 이유도 성소수자들이 (집값 때문에 관악구로) 밀려오는 부분도 있다고 보는데 또 이들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밀어달라고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심판자 대신 일꾼을 뽑아달라고 하니, 그 사이에서 소외된 의제에 대해 힘주어 말해야 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소수자가 지방의회에 입성하는 것은 다양성을 보장하는 첫 걸음이라며 출마 이유를 귀담아달라고 호소했다. 류 후보는 “사회적 소수자 한 명이 의회에 들어간다고 해서 바로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한 명으로 인해서 점진적으로 바뀌어갈 세상은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후보는 “관악구를 성소수자가 마음 놓고 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오 후보는 소수자 정치를 ‘해수면’에 비유했다. 그는 “섬나라에 있는 사람이 바다에 가라앉지 않으면 육지에 있는 사람도 안전하지 않나”라며 “한국 사회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안전하고 존엄하면 모든 사회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는 간판만 고려하지 말고 사회적인 가치를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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