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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특별기고] 손흥민 득점왕으로부터 배우는 AI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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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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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 (사진=이수영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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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손흥민이 영국 EPL에서 23골을 넣어 공동 득점왕이 되었다. 세계 5대 축구리그에서 아시아인 최초의 득점왕이다. 손흥민은 또한 2020년 세계 최고의 골에게 주어지는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하였다. 축구 후발국인 아시아에서 어떻게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사실 손흥민은 어릴 때부터 한국의 다른 또래들과는 다른 축구교육을 받아왔다. 이를 분석하여 배운다면, 대부분 선두추격형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과학기술계에서도 세계 선두수준의 연구가 탄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최근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에서는 눈부신 발전속도로 인해 선두와 추격자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어, 세계최고수준 기술이 절실하다.

첫째, 기본기의 충실함이다. 걷기를 시작할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손흥민 선수지만, 14세가 될 때까지는 경쟁 경기를 하지 않았다. 그를 직접 지도한 아버지는 눈앞의 승부에 대한 집착과 근육 혹사가 잠재력을 망칠 것이라고 생각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기본기를 강조하였다. 하루 6시간 이상을 축구 기본기에 매달렸고, 이는 이후 손흥민 선수의 골 다루기와 슈팅 정확성의 기반이 되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는 덤으로 따라왔다.

현재 AI 기술인력이 매우 부족하여 정부에서도 교육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기술의 이해와 창출보다는 응용기술에 치우치는 우려가 있다. 매일 많은 새로운 모델과 응용이 발표되고 프로그램 코드가 공개되기에, 코드를 다운로드 받아서 자신의 데이터로 학습시키거나 응용서비스를 개발하기에 바쁘다. 왜 이 모델이 이 응용에 좋을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용하는 모델의 중요 변수가 무엇이고, 그 값을 바꾸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당장 결과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발전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기본 이해가 따르지 않으면 남을 따라 할 수는 있을지라도 더 잘할 수는 없게 된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기본 모델, 즉 신경망 구조와 학습법칙에 대한 교육이 더욱 강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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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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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필살기의 개발이다. 기본기를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모든 기술을 다른 선수보다 매우 잘하기는 어렵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손흥민 선수에게는 소위 '손흥민 존'이 있어, 일단 볼을 받으면 거의 대부분 성공적으로 골로 연결시키는 지역이 있다. 물론 무수히 많은 연습으로 감아차기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힌 결과이다. 많은 세계적 선수들도 한발로만 슈팅하는 것을 고려하면, 양발 모두 슈팅을 한다는 점도 수비를 어렵게 만드는 손흥민의 장점의 하나이다.

AI 연구개발자도 자신만의 고유한 핵심기술이나 응용기술을 가져야 한다. 인공지능은 자체로 산업이 되기보다는 "다양한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자(enabler)"이므로, 응용 서비스나 제품에 따라 적합한 모델 및 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하다. 또한, 새로운 응용에서는 충분한 데이터의 확보가 어렵기에, 기존의 분야별 전문지식으로 데이터 부족을 보완할 필요도 생긴다. 인공지능과 응용기술의 유기적 융합, 즉 인공지능(AI)와 응용기술(X)를 모두 잘하면서 융합하는 AI*X 형 기술융합 연구개발자 교육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인공지능 핵심기술이나 응용기술 중 하나에서라도 남들과 다른 기술을 확보하여야 세계 선두그룹에 오를 수 있다. 다양한 응용기술에 사용될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은 매우 높은 파급효과를 가지므로, 새로운 핵심기술을 창출하거나 기존의 핵심기술을 향상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학원에서의 전문교육을 통한 인력양상이 필수적이다. 반면에, 응용기술에서 강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인공지능 모델을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컴퓨터 프로그램과 행렬계산 등 기본 수학에 대한 이해 능력이 요구된다. 다른 분야의 지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빨리 흡수하며, 더 나아가 건설적 토의를 통해 장점을 융합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의 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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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트넘 홋스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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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손흥민은 축구 자체를 사랑하고 즐긴다. 자기 일을 즐기는 사람은 슬럼프가 오거나 남들이 부당하게 평가하더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의 힘"은 결국은 동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게 된다.

과학기술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일을 싫어하는 경영자는 많이 있지만, 자기 일을 싫어하는 연구개발자는 많지 않다. 특히,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자들은 대부분 자기 일을 즐긴다. 일을 즐기기에, 경제적 보상이나 주위의 평가는 2차적인 것이 된다. 현 딥러닝 인공지능의 모태인 인공신경망이 2번의 겨울을 거쳤지만, 그 기간에도 많은 훌륭한 연구가 이루어져 현재 인공지능 성공의 기반이 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주위의 지원과 성원이 연구개발은 물론 사업화를 앞당기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습으로 지능을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개발 과제를 추진하는데는 많은 설득이 필요했으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2016년 이후에는 그 노력이 많이 생략되고 실제 연구개발에 투입될 수 있었다. 손흥민과 같이 세계 선두수준의 기술과 서비스가 한국에서 개발되고 사업화되어 유니콘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수영 주요 약력

현) KAIST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

현) ㈜에이엘아이 CTO

현) 국제신경망학회(INNS) 석학회원

전) KAIST 인공지능연구소 소장

전) 아시아-태평양 신경망학회(APNNS) 회장

전) 국제신경망학회(INNS) 이사

이수영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 sy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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