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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부동산시장 진단(上)] 기약 없는 ‘규제 완화’… 재건축 시장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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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기준 개정 내년으로… 1기신도시 특별법 형평성 논란

시장 과열 우려 커지자 ‘속도 조절’… ‘재건축vs리모델링’ 저울질

세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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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은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매매 시장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집값 과열을 우려하는 시장 내 목소리가 커지고,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발표가 이어져 시장 내 혼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재건축, 재개발, 주택 매매 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 시장이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새 정부가 출범하자 서울 강남과 1기 신도시 등 재건축 단지가 몰린 지역은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일제히 올랐다.

하지만 정부가 돌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개정을 미루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관련 업계에선 집값 과열에 대한 우려로 정부가 규제 완화의 속도 조절에 나섬에 따라 향후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가 주도하는 재건축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인 1기 신도시의 경우 특별법 제정 시기가 확정되지 않고 안전진단 개정도 미뤄진 상황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놓고 주민들 사이의 의견이 분분하다. 1기 신도시는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5곳으로 총 29만2000가구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단지 중 일부는 재건축 연한이 이미 지났고, 2026년엔 대부분이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다.

이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유로 안전진단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를 강화하자 다수의 재건축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재초환 등 규제 대상이 아니고 사업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공급을 늘린다는 목표로 1기 신도시에 한해 특별법을 적용,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외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집값 과열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자 뒤늦게 ‘속도조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특히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안전진단 기준의 개정이 내년으로 미뤄지자 대상 단지의 주민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 씨는 “재건축 규제를 확 풀어준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속도 조절이라니 황당하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 사업지 주민들의 혼란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공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개정’의 이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설정했다.

안전진단 기준은 ▲구조안전성(50%)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25%) ▲주거환경(15%) ▲비용분석(10%)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이 중 구조 안전성 평가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상향 조정해 사업의 진입 문턱을 높였고, 이로 인해 적잖은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진단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취임 즉시 해당 기준을 개정해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공급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최근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의 불안 조짐이 보이자 시행 시기를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세부 계획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의 방향성만을 강조하면 시장의 기대심리만 커진다”며 “실리적, 실무적인 부동산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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