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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수첩] 가해자 없는 라임 사태, 이제라도 실체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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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세상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이 최근 관련 고발 2건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무혐의) 처분하자 피해자들은 허탈함을 토로했다. 대신증권과 관련자들이 너무 쉽게 법의 책임을 피해가게 됐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라임 사태 당시 펀드 가입자 동의 없이 임의로 전산을 조작해 환매 청구를 취소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피해자들의 고발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해 1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서울고검에서 재기수사를 지시하면서 재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1년이 넘는 재수사에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1일과 15일에 걸쳐 대신증권과 대신증권 장모 전 센터장 및 경영진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각각 다시 한 번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재수사마저 흐지부지 끝나자 피해자들은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타이밍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이 후다닥 결론을 내린 시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취임하기 직전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 장관이 공언했던 ‘여의도 저승사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출범해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라임 사태 수사 중 폐지된 조직이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시절 정관유착, 직접수사 축소를 명분으로 없어졌으나 진짜 의도는 권력비리를 덮기 위해서라는 의심이 많았다. 당시 라임 사태에 더불어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심재철 전 남부지검장이 추미애 전 장관의 핵심 측근이란 점도 검찰의 ‘의도된’ 부실수사 논란에 무게를 실었다.

피해자들의 마지막 희망은 부활한 합수단을 향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판매사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 흐름을 밝혀 라임 사건 속에 숨어 있는 인물과 혐의점을 낱낱이 밝혀달라는 요청이다. 이들이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갈수록 지능화, 첨단화하는 경제범죄는 전문 수사조직의 정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라임 사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금액이 발생한 대규모 자본시장 사기 사건이다. 피해자는 어마어마한데 정작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판매사는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가고, 라임 사태에 연루돼 있다고 했던 정관계 인사들은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가며 모은 돈을 누가 사기쳤는지 알고 싶다. 그들이 원하는 건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 아니라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누구인지 그 실체다. 이제 갓 출범한 합수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서민 다중이 피해를 보는 범죄는 끝까지 책임을 묻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는 한 장관의 말처럼 이번에는 합수단이 라임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의 정체를 제대로 밝혀내길 기대한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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