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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속도 내는 디지털자산법…‘주식 규제’ 참고하고 ‘해외 제도’ 발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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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 증권시장과 유사한 점 많아

공시·불공정거래·사업자 규제 차용할 듯

가상자산 국경 넘나들어…EU, 미 제도도 고려


한겨레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암호화폐) 루나(LUNA) 사태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기존 ‘증권시장 규제’를 참고하면서 해외 제도와 발을 맞춘 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24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증권시장 규제를 차용할 가능성이 크다. 발행인과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매매하는 등 가상자산과 주식이 유사한 점이 많아서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연구용역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에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거래소를 운용하는 등 주식 거래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초기 증권시장 도입 때 나타났던 문제점들이 보이는 모습”이라며 “증권시장이 가상자산 규제 설계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에 제출된 가상자산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공시 규제, 불공정거래 규제, 사업자 규제 등으로 증권시장 규제와 유사한 방식이 언급돼 있다. 가상자산 발행 시 의무공시 체계를 도입하고, 불공정거래행위(시세조정, 내부자거래, 부정거래 등)에 대해 금지·처벌을 하는 것이다. 또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금융투자업자와 동일하게 자격요건, 투자자 보호 등의 규제를 적용한다. 이 같은 내용은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뿐만 아니라 국회에 이미 발의돼 있는 의원들의 가상자산 법안에도 담겨 있다. 정부와 국회가 증권시장 규제를 기반에 두고, 여기에 가상자산 특수성을 결합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논의해 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당정은 증권형 토큰(STO) 검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규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증권형 토큰은 주식처럼 부동산, 미술품, 매출채권 등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실제 주주처럼 이익 분배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천억원대 부동산에 대해 가상자산을 발행해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들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는 증권성을 띤 가상자산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해 기존 ‘자본시장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 외 비증권형 가상자산만 새로 만들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다룬다는 것으로, 향후 ‘증권성’ 여부를 따지는 가이드라인 마련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해외 제도와의 연결성도 중요하게 보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국내 규제만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해외 제도와 촘촘하게 연결해야 우회로 등을 차단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다국적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가상자산 규제도 참고해 법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 규제안’(MiCA)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 역시 공시, 불공정거래, 사업자 규제 등 증권시장 규제와 유사한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가상자산 중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은행권과 맞먹는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국은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는 주식과 동일한 규제를 이미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을 판단하는 가이드라인(Howey Test)으로 공동사업 출자, 타인 노력에 의한 투자 성패, 투자로 인한 이익 기대 등을 따지고 있어 정부와 국회가 국내 제도 마련에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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