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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본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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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양쪽에서 쏟아진 박지현 비난, 온당한가... 진정한 5월 정신은 약자와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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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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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이 진행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5.18 유족들과 함께 '민주의 문'을 넘어 입장했고, 코로나19 격리자를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도 전원 참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보수 정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이날 예상하지 못한 논란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창 도중 몇 초간 팸플릿을 보았고, 박 비대위원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숙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내려가는 길에 가사 몇 번 읽어보는 성의만 있었어도 이런 참상은 안 벌어졌겠다"며 '만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격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이어졌다. 정철승 변호사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민주당 대표라면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커닝하면서 부르면 되겠니?", "옆에 있는 이준석 오빠도 주먹 불끈 쥐고 저렇게 열심히 부르는데"라고 말했다.

김용민 평화 나무 이사장 역시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지현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모르냐? 민주당의 기반이자, 정체성이자, 사실상의 출발점인 이 노래도 몰라? 모르면서 당 대표를 해?"라며 반말로 비난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공식 소셜 네트워크 댓글 창에도 민주당 지지층의 성토가 쏟아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팸플릿을 2초 정도 잠시 보았을 뿐인데 사진이 찍힌 모양이다'라고 해명했다. 제창 당시,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화면을 통해 띄워지고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된 윤상원 열사, 그리고 1978년 노동운동 도중 숨진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곡이다. 지난해 2월 타계한 시민사회운동가 고(故) 백기완 선생의 장편시 〈묏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을 인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정리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관통하는 민중 가요다.

국민의힘, 반성은 아직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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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광역단체장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해 선거운동복을 입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 2년간 국민의힘은 광주에 대한 속죄에 힘을 기울여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에서 무릎을 꿇었고, 올해 5.18 기념식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광주에서 "오늘 선택한 변화는 당연히 걸었어야 하지만 좀 늦었던 변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불가역적인 변화'였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은 긍정적인 선언이지만, 불가역적인 변화를 위한 선제 조치는 '공격'이 아니라 '끊임없는 성찰'에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집권하던 당시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허용하지 않았다. 광주를 흠집 냈던 인사도 여전히 국민의힘에 남아 있다.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9년 2월, '5.18 진상규명 공청회'를 열어 북한군 개입설에 힘을 실었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가 대표적이다. 당시 공청회를 함께 열었던 김순례, 이종명 전 의원 등이 현장에서 내뱉은 망언은 지면에 다시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또 2014년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의 각종 매체에서는 5·18을 영웅적 거사로 칭송하고 매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한다. 왜 북한이 우리의 기념일을 이토록 성대하게 기념하는지 궁금하다"라며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을 빚은 한기호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자, 국민의힘 사무총장이다.

정확한 가사 숙지가 '5월 정신'의 본질인가? 국민의힘은 '가사 숙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역대 보수 정권이 광주에게 입힌 상처를 되새겨야 한다.

민주화 세대, 다음 세대에 대한 '관용'을

나는 1993년에 태어났다. 1996년생인 박지현 비대위원장과 같은 90년대생이다. 80년대를 겪지 못한 나 역시 이 곡의 장엄한 온도에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당장 앞에 나가서 부르라고 하면 겁이 날지도 모르겠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를 제외하면 가사가 당장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눈앞에 가사가 있다면 완창할 수 있지만, 가사를 숙지했다고 말하기에는 쑥스럽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87체제 이후인 1996년에 태어났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대학 시절을 권위주의 세력과의 투쟁으로 보내지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체화한 시대가 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몰라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이 곡은 현대사의 상징물이지만, 우리 세대의 상징 자산은 아니다. 익히 배우고, 듣고, 부를 기회 자체가 없었다. 박 비대위원장을 비난하는 기성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톨레랑스(관용)다. '정치적 민주화를 쟁취한 우리에게는 필수곡이었으나, 그 다음 세대는 충분히 모를 수 있다'라는 여유의 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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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17일 오후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공범처벌과 적폐 청산의 날-8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안 인용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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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우리 세대는 촛불을 들면서 민주 시민의 효능감을 확인했다. 그러나 광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은 기억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민중음악 작곡가인 윤민석씨가 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등의 명랑함이 귀에 더 익었다. 이화여대 시위에서 민중가요를 대체한 곡은 케이팝인 '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였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성세대는 이 간극을 이해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상징 자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를 계몽 대상으로 간주한다면, 대선 전후 당에 유입된 이들은 물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은 요원해질 뿐이다.

고 백기완 선생은 생전 '임을 위한 행진곡'의 소유권과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미 이 땅에서 새날을 기원하는 모든 민중의 소유가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곡은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암기해야 하는 숙제도 아니다.

매년 5월, 정치인들은 '5월 정신'을 말한다. 5월 정신은 젊은 정치인의 가사 숙지 여부가 아니라 역사와 오늘을 마주하는 태도라 믿는다. 그것은 국가 폭력이 남긴 상흔에 신음하는 광주 시민, 그리고 여전히 '새날'을 기원하는 약자들에 더 닿아 있다.

이현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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