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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IPEF, 제2의 사드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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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22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첫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한 직원의 방진복에는 삼성이 아닌 KLA라는 회사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KLA는 반도체 계측·검사 업체로,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이다.

KLA 직원의 등장은 한미간 군사동맹을 경제, 기술 분야까지 확대한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주요 장비는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코로나19에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특히 ‘가치 동맹’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같이하는 국가와 군사, 경제, 미래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파트너’라며 한껏 치켜올려 세웠다. 한국을 가치 동맹으로 인정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편에 서야 한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가치 동맹의 첫 성과물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공식 출범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IPEF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명시했다. IPEF의 출범은 중국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중국은 ‘디커플링(탈동조화)’ 운운하며 IPEF에 대한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제2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 사태 때 피해를 입었던 자동차, 유통, 게임 업계는 또다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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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한국이 편입되지 않을 경우 받게 될 타격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중국이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일지 모르지만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첨단 반도체부터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 자율 로봇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키로 한 것은 양국이 경제 동맹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고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의 주요 교역국인 만큼 스스로 양자택일하거나 입지를 좁힐 필요는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세련된 줄타기 외교는 필수일 것이다. 공동성명에 IPEF의 원칙으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을 언급한 것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눈치만 볼 필요도 없다. 윤 대통령 취임 때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부주석을 축하 사절로 보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왕 부주석은 주요국 가운에는 최고위급이었다. 한미 동맹 강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중국도 한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의 존재 가치를 높이고 할 말은 해야 상대로부터 존중도 받는 것이다.

강희종 국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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