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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 없이 중국 견제한 한-미…“군사동맹서 경제·기술동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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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2022년 공동성명 비교해 보니

IPEF·공급망 정상회의 등 경제 비중 커져

“대만 해협” 표현 다시 등장, 지난해와 비슷

쿼드 언급 눈길, 당분간 한국 가입 없을 듯

왕이 “중국 포위 시도, 아태 지역 혼란 빠뜨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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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 꼭 1년의 간격을 두고 지난 21일 한·미 공동성명이 나왔다. 두 성명은 모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에 대한 많은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해 5월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이 대만 문제를 처음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면,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용산 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관련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태 지역 경제 협력체인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에 관한 내용이 한 단락으로 주요하게 들어갔다.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이 추진해 온 것으로 “디지털경제,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촉진에 방점을 둔” 경제 협력체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도 이 기구가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보며,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지속해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성명에는 그밖에도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한 내용이 여럿 포함돼 있다. 성명을 보면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회복력 정상회의’로 촉진되는 국가 간 협력과 다가오는 각료급 회의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양 정상은 공급망 생태계 내 당면한 도전과 장기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공급망 회복력 정상회의는 지난해 10월 말 이탈리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도한 회의로, 미·중 공급망 경쟁에서 미국 편에 서라는 압박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날인 20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했는데, 이 역시 중국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배제 의사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공급망 관련 내용이 반복해 등장하면서, 중국에서는 “한·미 간 기존 군사 동맹이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국제문제 평론가인 류허핑은 21일 <선전위성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 정상 회담 결과와 관련해 “이번에 한·미가 기존 군사 동맹을 경제 동맹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22일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파키스탄 외무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IPEF에 대해 “분열과 대항을 만드는 도모에는 반대한다”며 “IPEF가 미국의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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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21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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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명에서 눈길을 끈 또 하나의 대목은 ‘대만’ 관련 언급이었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라 주장하고, ‘핵심 이익’으로 표현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여긴다. 하지만 중국이 받는 충격의 강도는 세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성명에도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똑같은 문구가 포함됐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미·중 균형외교가 흔들리는 신호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지만, 실질적인 후속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그와는 좀 다를 수 있다.

올해 성명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의체인 ‘쿼드’(미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도 등장했다. 성명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쿼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초 대통령 선거 때부터 쿼드 워킹그룹에 가입하기 원한다는 뜻을 밝혀온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을 쿼드에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또다른 대국인 인도를 대중 포위망에 참여시키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비교적 신생기구인 쿼드의 틀을 넓히지 않고 당분간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추가하려는 한국이 들어오면 애초 목적 달성이 더 쉽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왕 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자유와 개방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패거리를 지어 소그룹을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다”며 “목적은 중국 포위 시도이며, 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삼으려는 것이다. 특히 위험스러운 것은 미국이 위장을 벗고 대만 카드와 남중국해 카드를 도발하면서 아태 지역까지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성명에 등장한 ‘코로나19 발병 기원에 대한 조사 지원’은 올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내용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국가인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불러왔다. 올해 관련 언급이 빠진 것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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