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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면책기간 직후 ‘극단적 선택’…대법 “보험료 부정취득 단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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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추구 성향 등 고려해야”

한겨레

사망보험의 ‘극단적 선택’ 면책기간 만료시점 하루 뒤 이뤄진 극단적 선택으로 보험금을 받았다고 해서 부정 취득을 노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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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의 ‘극단적 선택’ 면책기간 만료시점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금 부정 취득을 노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ㄱ씨 유족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ㄱ씨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한국에 2015년 귀국했다. 같은 해 1월29일부터 3월6일까지 ㄱ씨는 7개 사망보험과 7개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들의 극단적 선택 면책기간 만료시점인 2017년 3월6일 하루 뒤인 7일, ㄱ씨는 집을 나섰고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2017년 보험사들을 상대로 모두 6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보험사들 손을 들어줬다. 이미 약 4년 전 보험금 10억원에 달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해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었는데 ㄱ씨가 납득할 사유 없이 추가로 보험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한 점을 들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보험계약 체결 무렵 안정적 수입이 없었고 주식 투자로 상당한 금액을 잃게 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ㄱ씨는 정확히 2년의 극단적 선택 면책기간이 도과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이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 무효”라고 판시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보험사들이 유족에게 모두 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ㄱ씨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고 만료기간 다음날 극단적 선택한 점 등을 들어 보험금을 부당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건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는 봤다. 다만 ‘70여건에 달하는 여행자보험 가입내역에 비춰보면 보험으로 사고에 대비하려는 안전 추구 성향이 강한 점’, ‘보험계약 체결 뒤 의류 상표를 출원하는 등 행위가 극단적 선택을 준비한 사람의 통상적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자살에 의한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법리 오해 사실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이례적인 사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료기간 하루 뒤 극단적 선택을 해 보험금을 받아가는 사례 자체를 업계에 있는 동안 처음 봤다”면서 “다만 만료기간만 지나면 웬만하면 보험금을 문제 없이 주는 편이다.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진 것 자체도 극히 드문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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