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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기간 지나자마자 극단 선택한 가장… 대법 “보험금 6억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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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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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2년의 면책기간이 지나자마자 극단적 선택을 한 가장의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017년 사망한 A씨의 배우자 B씨와 자녀 2명이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유족에게 “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7일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고, 이틀 후인 9일 경기도 성남의 한 주차장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지었다. A씨가 가출한 3월7일은 생전 그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생명보험의 계약일인 2015년 3월6일로부터 정확히 2년의 자살면책기간이 지난 직후였다.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은 보험금을 받을 수 없지만, 보험 계약 후 2년이 지나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라면 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다. A씨는 사망 2년 전인 2015년 1월29일부터 3월6일까지, 한달을 갓 넘긴 기간 동안 총 10건의 생명보험에 들었다.

보험사들은 유족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이었다며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2년의 자살면책기간이 지났으므로 보험 체결 목적과 무관하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부정취득 목적이 인정된다”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과 한국에서 의류 사업을 하던 A씨가 경기가 좋지 않자 사업을 접고 2015년 9월쯤 귀국해 이때부터 사망 전까지 별다른 소득활동 없이 지낸 점, 보험 체결 당시 주식 거래로 큰돈을 잃은 상황이었던 점, 극단적 선택 전 B씨에게 “나 스스로 다시 좋은 가장이 될 수 없음을”, “오직 3명(가족)의 장래를 생각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A씨가 2010년 들어둔 보험으로 유족이 이미 10억에 가까운 사망보험금을 받아 유족을 보호할 필요성도 작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부정취득 목적이 의심되는 측면은 있지만, 부정취득을 노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거꾸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그 이유로는 A씨가 한국과 중국에 아파트 1채씩과 외제차 등을 소유한 재산 상태였던 점, A씨가 70여건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는 등 보험을 통한 안전 추구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보험 체결 이후인 2016년 새로운 의류 상표를 출원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보험자의 자살 동기나 원인을 사후에 밝혀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자살면책제한 규정을 두게 된 취지 등에 비춰 보면, 다소 석연치 않은 사정만으로 A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자살에 의한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확정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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