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1년에 4cm 이하 자라거나 또래보다 10cm 적다면 저성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6∼12세가 성장 관리 ‘적기’

소아 성장 가장 큰 영향은 유전적 요인

건강한 생활습관도 성장 촉진 가능해

100명중 3명 이내로 키 작으면 저신장

현재론 성장호르몬 치료가 유일한 방법

적기 치료받으면 3.5~7cm 커질 수 있어

비용 年 1000만원 정도 드는 것은 부담

세계일보

서울부민병원 정재훈 소아정형외과 과장이 어린이 환자의 다리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서울부민병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의 키 크는 속도가 일 년에 4㎝ 이하일 때, 친구들과 10㎝ 이상 차이 날 때, 그리고 같은 바지를 2년 이상 입고 있는 경우라면 성장클리닉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개성을 강조하는 시대가 됐지만 ‘키’는 여전히 예외다. 신장은 ‘스펙’의 일부로 인식된다. TV 광고마다 ‘키 성장’을 돕는 다양한 건강보조식품 광고가 이어지고 그 시장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서울부민병원 정재훈 소아정형외과 과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아 성장과 관련해 “유전적 영향이 중요하지만 수면과 영양 등 환경적 요인도 잘 관리해야 한다”며 “유난히 키에 대한 고민이 큰 경우라면 만 6∼12세 사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아 성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이 유전이다. 유전적으로 엄마 아빠 키를 합쳐서 13㎝를 더한 후 (여아의 경우 13㎝를 뺀 후) 2로 나눈 수치를 예상치로 본다.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환경에서 자랐어도 키 차이는 1~2㎝ 정도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유전의 힘은 크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전 외에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하루 8시간 이상 푹 자기,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기, 건강한 식단으로 하루 세 끼 꼭 먹기 등 바람직한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그중 특히 중요한 것이 수면이다. 성장호르몬은 잠자는 동안 하루 분비량의 3분의 2가 나온다. 초등학생은 9시간 이상, 중학생은 8시간 이상 충분히 잘 자는 것이 좋다.”

―‘키가 작다’는 것도 주관적일 수 있지 않나.

“저신장의 기준은 같은 연령 및 성별에 따른 표준치에서 3% 이하다. 같은 성별, 같은 또래의 아이들 100명 중에서 3번째 이내로 키가 작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저성장은 아이가 성장호르몬 결핍, 터너증후군, 프라더윌리 증후군 같은 병적인 저신장인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해 주변 아이들에 비해 작은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영유아 검진으로 6세 이하 영유아의 성장상태는 비교적 잘 평가되는 만큼 6세 이후에는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키를 키우기 위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치료는 어떤 것이 있나.

“현재까지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유일하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치료는 언제 받는 것이 좋나.

“여아는 만 15세, 남아는 만 17세에 성장판이 닫힌다. 성장호르몬 주사도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맞아야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기간이 길고, 가정에서 매일 배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 만큼 아이 협조가 필요한 치료다. 아이가 필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보통 초등학교 2학년이다. 효과 자체만 놓고 보면 어리면 어릴수록 더 좋기 때문에 만 5~6세부터는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뼈나이를 정기적으로 체크해 보는 것을 권한다.”

―뼈나이는 어떻게 확인하나.

“뼈나이는 골연령이나 골 성숙이라고도 표현한다. 손 엑스레이를 찍어서 원위 요척골, 수근골, 중수골, 수지골의 성숙 정도를 ‘도감’과 같은 ‘그루뤽필(Greulich-Pyle atlas)’에 비교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뷰노’로 뼈나이 판독을 하면서 더 빠르게, 더 높은 신뢰도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르몬 치료 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얼마나 더 자랄 수 있나.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양하다.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은 없다. 어린 나이에 치료를 시작해 최소 2년 동안 꾸준히 치료를 지속한 경우에 효과가 좋다. 이 경우 3.5~7㎝ 정도 성인 키가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성장호르몬의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나.

“대체로 안전하지만, 당뇨, 뇌압상승으로 인한 두통, 척추 측만증, 대퇴골두 골단 분리증 등의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인 피검사 및 엑스레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용이 너무 비싸서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비용은 평균적으로 일 년에 1000만원 정도다. 현재 키가 하위 3% 미만이면서 성장호르몬 결핍을 증명할 수 있는 피검사 결과가 있으면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성조숙증의 경우 성장이 일찍 멈출 수 있는데 언제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 만 8세 이전에 젖 멍울이 만져지고,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키와 관련한 건강보조식품이 많이 나온다. 효과가 있나.

“건강보조식품의 성장에 대한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을 남용할 경우 오히려 성장과 건강에 좋지 않다. 단 비타민D는 성장에 중요하다. 야외활동을 충분히 할 수 없는 경우 비타민D를 복용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