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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나 물개야""오빠 뛰어"…계곡살인 부른 악마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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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중앙일보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가 지난달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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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뭐해요. 가요.”

“다른 애들 다 뛰는데, 오빠는 안 뛰어?”

‘계곡 살인’ 사건이 벌어진 2019년 6월, 피고인 조현수(30)와 이은해(31)가 피해자 윤모(당시 39세)씨에게 한 말이다. 검찰 조사로 드러난 이들의 발언은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집요하게 다이빙을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이은해는 생리 중이라며 물에 들어가지 않다가 ‘내가 오빠 대신 뛰겠다’고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먼저 물속으로 다이빙한 뒤 윤씨가 뛰어들면 구해줄 것처럼 행세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씨가 물속에 뛰어든 이후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22일 법원과 검찰 등을 통해 파악한 이씨와 조씨에 대한 공소 내용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전부터 윤씨에게 자신의 수영 실력에 대한 믿음을 주려 했다고 한다. 범행 한 달 전인 2019년 5월부터 이씨와 조씨가 윤씨와 함께 수차례 수상 레저 활동을 다니고, 조씨는 ‘물개’라고 불릴 정도로 수영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윤씨에게 주입하려 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 측은 “이씨는 수영을 전혀 못 해 다이빙을 망설이며 주저하고 있던 피해자에게 ‘오빠 뛰어’라고 외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조씨를 믿고 구명조끼 등 아무런 구호 장비 없이 맨몸으로 조씨 근처 물속으로 뛰어내리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은해, 피해자와 결혼 기간 내내 제3의 남성과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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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의 한 계곡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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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 내용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범행 5개월 전인 2019년 1월부터 윤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이 시기는 둘이 내연 관계와 동거를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씨는 2017년 3월 윤씨와 혼인 신고를 한 뒤 그가 사망하는 2019년 6월까지 단 한 차례도 윤씨와 같이 살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론이자 공소 내용이다. 결혼 기간 내내 이씨는 제3의 남성과 동거해왔다는 것이다.

이씨와 조씨의 모든 살인 시도는 윤씨의 생명보험 실효를 전후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실체는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경제적으로 착취하다가 효용 가치가 없어지자 보험금을 노리고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어 독 매운탕, 윤씨에게만 줬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과거 살인미수 사건의 구체적인 수법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씨 등이 독을 넣은 매운탕을 윤씨에게만 줬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2019년 2월 17일 강원 양양 펜션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조씨가 복어의 창자와 정소·피 등을 사왔고 이를 넣고 끓인 매운탕을 윤씨에게 별도로 내줬다는 것이다. 윤씨는 ‘내일 출근을 해야 한다’며 거부했지만, 이씨 등의 권유로 술과 안주를 먹었다고 한다. 매운탕에 들어간 독은 치사량이 아니어서 윤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구속되기 전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며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항변했었다.



“낚시터 살인 시도는 지인에 목격돼 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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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검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낚시터 살인미수’ 사건에선 지인이 잠든 틈을 타 이씨가 윤씨를 밀어 수심 5m의 낚시터 물속으로 빠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소리를 듣고 깬 지인에게 상황이 목격되면서 이씨와 조씨의 살인 계획이 미수에 그치게 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난 4일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와 조씨에겐 최근 범인도피 교사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두 사람의 첫 재판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이병준·심석용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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