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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인도·태평양 한복판으로" 동맹 리셋… 한반도 뒷전·中 갈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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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분석]
한국 인태 전략 수립… 동맹 확대 '방법론'
기술동맹·공급망 기반 경제안보가 핵심
대북 '확장억제' 집중… 비핵화 뒷전 우려도
'무난한 출발' 총평… 최대 변수는 中과 갈등
한국일보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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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동맹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핵심은 ‘인도ㆍ태평양지역 한복판으로’ 동맹의 확대 리셋(재설정)이다.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내용만 봐도 양국의 ‘포괄적 협력(8쪽)’에 ‘북한 문제(2쪽)’보다 4배나 많은 분량이 할애됐다. 한마디로 “한미관계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 바깥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다. 이미 지난해 5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협력의 틀을 인ㆍ태지역으로 잡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보다 구체화하고, 한국의 적극적 역할, 즉 ‘주도성’을 강조했다. 한미의 협력 확대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은 전임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외교무대 자체를 인ㆍ태지역으로 옮기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인ㆍ태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한미 기술동맹 확대 등 실현 수단도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됐다. 다만 한반도 이슈가 다소 뒷전으로 밀려난 점, 중국과의 갈등 요소가 대폭 늘어난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외교가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윤 대통령의 무난한 정상외교 데뷔에 무게를 뒀다.

"美 들러리 아닌 한국이 인·태 전략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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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공동성명 주요 내용. 그래픽=신동준 기자


윤석열 정부 첫 한미정상회담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인도ㆍ태평양’이다. 인도ㆍ태평양은 공동성명에서 아홉 차례 언급됐는데, 지난해 정상회담 때(5차례)의 두 배에 가깝다. 특히 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ㆍ태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한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 저마다 인ㆍ태 관련 전략을 갖춘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처럼 한국의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 독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대중 전략도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동남아ㆍ인도를 겨냥한 신(新)남방정책 등 좁은 의미의 지역 협력에 집중했다는 게 새 정부의 판단이다. 대통령실은 “올해 중 적절한 계기에” 한국만의 인ㆍ태 구상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인ㆍ태 전략은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방법론이기도 하다. 우리의 가치가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대등한 한미관계로 거듭날지 아니면 미국에 예속될지 동맹의 성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일단 미국이 정립한 인ㆍ태 개념 자체가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만큼 접점은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관계 재설정, '경제안보'로 구현


포괄적 전략동맹의 구현 수단으로는 최근 중요성이 부쩍 커진 ‘경제안보’ 협력이 제시됐다. 양국은 배터리 반도체 핵심광물 에너지 등 공급망 협력과 원전 우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기술동맹을 망라해 인ㆍ태지역에서 확연히 달라진 동맹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한미일을 포함, 10개국 정도의 멤버로 공식 출범하는 IPEF는 가장 중요한 협력 공간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IPEF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아우르는 공급망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모든 경제안보 논의를 IPEF의 틀 안에서 하겠다는 의미다.

한미는 전에 없던 최고위급 경제안보 소통 창구도 마련했다. 양국 국가안보실 사이에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해 핵심 품목 공급망 등 급변하는 경제안보 이슈에 실시간 대처할 방침이다.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해 추진하는 공급망 장관회의에 동참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핵화 해법 없는 대북공조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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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 4·25문화회관에 마련된 김정일 체제의 군부 핵심 현철해 원수를 조문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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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새 정부 초기 한미의 대북공조는 ‘확장억제’가 중심이 된 강경 대응 쪽으로 중지가 모아졌다. 2018년 1월 2차 회의 이후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곧 재가동하기로 했고, 대북 억제 수단으로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성명에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 대북 공조 방안이 대부분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확약한 수준이라 새로운 ‘비핵화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담대한 계획”을 바이든 대통령도 지지한다고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된 제안인 만큼 획기적 진전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22일 “한반도 문제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고 새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맹 성패, 최대 변수 中 설득에 달려


새 한미동맹의 최대 장애물이자 변수는 역시 중국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논의는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공급망 소통 채널 강화, IPEF 등 포괄적 전략동맹의 지향점은 중국 견제에 있다.

윤석열 정부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번 성명에서 중국이 극렬히 반발하는 인권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대만해협 문제 역시 지난해에 비해 크게 확대되지 않는 수준을 유지했다. IPEF의 가치 기반이 ‘포용성’이라는 점도 중국을 설득할 논리로 거론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IPEF 출범 때부터 들어가 협의체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이 중국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정세와 정부 출범 열흘 만에 치러진 첫 한미정상회담치곤 “출발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쿼드(Quad)에서 인도의 입장이 유동적이었다면, IPEF에선 한국이 비슷한 위치라 우리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고,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한반도 확장억제책과 관련해 좀 더 구체적 내용을 담아 이상에 치우친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를 한국 쪽으로 끌어온 성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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