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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싱가포르 환상’ 벗어나 4년 만에 궤도 찾은 韓·美 안보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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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 확대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등에 합의했다.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연합연습·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연합훈련이 정상화된다는 뜻이다.

양 정상은 ‘핵은 핵으로 대응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북한의 도발 등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전력을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으로 명시했다. 문 정권 출범 직후인 2018년 초부터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가동에도 합의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핵 공격 등의 위협을 받을 때 핵무기 탑재 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잠수함 등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수십년간 지속돼 온 한미 연합 안보체계를 허물어뜨렸다. 당시 회담은 북핵 폐기에 관한 원칙과 시한도 없었고 이듬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나면서 북한 비핵화는 사기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국민에게 ‘안보 없이 대화로 지키는 평화’라는 환상을 강요하며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그사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면서 싱가포르 회담 직전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며 선언한 ‘모라토리엄’을 공식 파기했다. 그러면서 ICBM·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물론 우리나라를 타격권으로 한 전술핵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있으며 7차 핵실험도 준비 중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 속에서 퇴임하면서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한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빈틈없이 공조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헬로, 끝”이라고 답했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의 러브레터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작년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회담 공동성명에 언급됐던 2018년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회담 등은 이번 합의문에선 자취를 감췄다.

TV용 ‘깜짝 쇼’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는 환상으로 국민을 눈속임했던 한미 정권이 모두 바뀌면서 비로소 김정은 정권에 대한 상식적 대응이 재개됐다. 북핵이라는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4년이 걸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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