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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푸틴 막을 연대 필요…한국도 국제질서 수호 협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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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유럽대사 4인 인터뷰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 군사위기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 질서를 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고, 중립국인 핀란드·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도 현실화했다. 전쟁 발발 석 달을 맞아 이번 전쟁의 의미와 해결책을 찾고 한국과 유럽의 안보·경제 협력을 모색하고자 주한 유럽대사 4인을 순차 인터뷰했다.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석 달을 즈음해 주한 유럽대사 4인을 인터뷰했다.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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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드시 실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 모든 나라가 ‘침략 행위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길 바랍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영국 대사관저에서 만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는 ‘푸틴의 실패’를 국제사회의 과제로 강조했다.

Q : 전쟁 장기화 우려가 크다.

A : “사실 이번 침략이 러시아 도발의 시작점이 아니다. 2008년 조지아,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2018년 영국 솔즈베리 거리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우린 이미 알고 있다(※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가 딸과 함께 독극물에 중독된 사건).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라면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고, 푸틴의 실패를 위해 연대할 수밖에 없다.”

Q :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이 근본 원인이라는데.

A : “한마디로 ‘난센스’다. 주권 국가는 자국 영토 방위를 위해 동맹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왜 러시아 주변국이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나토에 가입하고 싶어하는가 묻고 싶다. 핀란드·스웨덴을 보라.”

Q : 유럽 대륙에서 또다시 비극이 벌어졌다.

A : “오히려 이번 침공을 통해 자유주의 진영의 힘을 확인했다. 어느 때보다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고, 굉장한 회복 탄력성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일을 예방하기 위해선 유엔이나 유럽연합(EU)의 틀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연대를 구축하는, 강력한 다자 협력기구가 요구된다.”

Q : 최근 영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A : “그렇다. 브렉시트 이후 전 지구적 관점에서 영국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가 인도·태평양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가치에 대한 공유가 가능하다면 물리적인 거리와 상관없이 관계를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Q : 한국과의 협력 강화 방안은.

A : “한국은 영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다. 윤석열 새 정부에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제안했고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국방·경제·기후변화·재생에너지 분야에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필립 르포르 프랑스 대사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석 달을 즈음해 주한 유럽대사 4인을 인터뷰했다. 필립 르포르 프랑스 대사.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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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만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직적·수평적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주력해야 하고, 종전을 위한 대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전세계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한다.

“5월 9일 러시아의 전승절에서 ‘전쟁 확대 선언’은 없었지만 두 축을 따라 확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수직적 확전으로 화학 또는 핵 등의 대량 살상수단의 사용이다. 다음으로 수평적 확전은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분쟁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실패를 상쇄하기 위한 제2의 전선들을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는 핵협상(JCPOA)으로의 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를 하면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일시적으로 방해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활동을 방해해 북한이 핵확산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전 세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Q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설득했는데 결국 전쟁이 터졌다.

A : “훗날 역사학자들이 말해주겠지만, 지난 2월 7일 마크롱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기 훨씬 전 푸틴 대통령은 이미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한 것 같다.”

Q : 이번 전쟁으로 프랑스의 외교·안보 전략에 근본적 변화가 있나.

A : “러시아의 침공은 지난 수십년간 유럽과 세계가 겪었던 최고의 안보 위협이고 ‘블랙 스완’(예상 못 한 치명적 사건)이었다. 침공은 유럽국가들 간 연대를 강화했다. 대서양 동맹은 유로대서양 지역의 방어라는 근본적인 역할을 되찾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에너지 가격뿐만 아니라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해,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화 회복과 파괴된 우크라이나 재건, 모든 무질서를 복원하기 위해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

Q : 향후 한국과 협력할 분야는

A : “한국은 다자주의, 평화 수호, 국제 연대, 환경 보존과 관련된 가치들을 프랑스와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질서와 안정의 보존 및 회복을 위해 프랑스와 함께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양국은 매우 긴밀한 동반자다.”



미하엘 라이펜슈툴 독일 대사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석 달을 즈음해 주한 유럽대사 4인을 인터뷰했다. 미하엘 라이펜슈툴 독일 대사.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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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중구 주한독일 대사관에서 만난 미하엘 라이펜슈툴 독일 대사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은 정치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알려줘야 한다”며 “대러 제재 참여국들에 고통과 비용을 초래할 순 있지만 단결해서 밀고 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Q : 러시아는 ‘탈나치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A : “명백한 거짓말이다. 우크라이나는 2015년부터 나치 선전 및 상징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다. 독일은 나치가 우크라이나 땅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기에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 독일과 국제사회는 명분 없는 이번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한 제재 완화를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Q :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약한 고리로 봤을 텐데.

A : “러시아산 화석연료가 유럽에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연대를 통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독일의 이런 행보가 경제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동반하는지 알 것이다.”

Q : 무기 지원까지 하는 등 독일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A : “올라프 숄츠 총리가 표현했듯 이번 침공은 ‘시대의 전환’이자 유럽 안보와 국제사회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다. 처음으로 무기를 지원했는데 독일 국민 대부분이 지지했다. 방위 강화 차원에서 독일 연방방위군에 1000억 유로 투입도 결정했다. 지난해 말 숄츠 총리의 새 정부 구성 과정에서 연립정부 협약에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이라는 단어가 명기됐고 현재 전략을 수립 중이다.”

Q : 2020년 인도·태평양 정책 가이드라인 발표도 그 연장선상인가.

A : “이 지역에서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가 지켜지는 게 중요해졌다. 일례로 지난해 말 부산에 입항했던 독일 연방방위군 프리깃함 바이에른은 대북제재 감시 임무를 했다. 독일은 남중국해에서도 해양법에 관한 유엔조약(UNCLOS)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가이드라인은 군사적인 것 외에 많은 것을 포괄한다. 숄츠 정부의 연립정권 협약은 한국 등을 ‘중요한 가치 파트너’로 지칭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리아 페르난데즈 EU 대사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석 달을 즈음해 주한 유럽대사 4인을 인터뷰했다. 마리아 페르난데즈 유럽연합 대사.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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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의 고통도 크지만 러시아를 고립시켜야 한다는 유럽의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EU대표부에서 만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는 국제 질서 유지와 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위한 EU의 역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對)러 제재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대해서도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고 말했다.

Q :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유럽인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A : “내 고향인 스페인에서도 최근 전기요금이 5~6배 올랐다. 하지만 이는 유럽만의 고통이 아니다. 한국도 이번 전쟁 여파로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물류와 공급망 차질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하지만 국제 질서를 교란하려는 러시아의 의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계가 고통 분담에 나선 것이다. 이런 연대는 확전을 막는 데도 필수적이다.”

Q : 엄청난 피란민이 주변국으로 대피했다.

A : “러시아는 난민이 발생하면 유럽이 분열될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유럽인들은 오히려 하나가 됐다. EU 전역에 퍼진 난민 수는 600만~1000만명에 이른다. 유럽인들이 자신의 집으로 난민을 초청해 머물게 하는 등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는 모습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도 각종 모금행사를 열고 기부하는 등 동참했다.”

Q : 지난 2월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을 신청했다.

A :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몰도바·조지아의 EU 가입 절차가 한꺼번에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가입 신청에 필요한 5000페이지에 달하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그만큼 EU 가입이 간절하다는 의미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는 이미 우리 가족이고 일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에 EU 자금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는데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Q : 한국과 협력할 과제가 있다면.

A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보다 세계적인 한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EU와 함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책임을 나눠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한국과 EU는 전략적 유사입장국으로, 무역을 넘어선 포괄적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

강혜란 국제팀장, 박형수·정은혜·김홍범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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