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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윤 대통령, 미·중 충돌 심화 속 ‘안미경중’ 유지 어렵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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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 폐기 본격화

[경향신문]

경향신문

건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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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내용 곳곳 중국 견제…미국 ‘동맹과 비동맹’ 구도 호응
정부 “제로섬 아냐” 낙관에도 ‘중국발 리스크’에 손익 달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안보, 글로벌 이슈 등 전반에서 미국 주도의 질서에 한발을 더 들여놓는 선택지를 택했다. 한국의 미·중 외교 전략이었던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중국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한국의 손익계산서가 달렸다.

윤 대통령의 선택은 예견된 수순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동맹 강화를 최우선 외교 전략으로 삼았다. 대중 외교 전략을 전환해야 하는 이유도 미·중 균형외교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구조를 약화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미·중 충돌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외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도 미국, 안보도 미국’이라는 새 정부 외교 방향을 명확히 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합의 내용 곳곳에 미국의 중국 견제용 메시지와 이에 대한 한국의 동의가 묻어났다.

미국이 회담 주요 목표로 삼은 경제안보 부문에선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 적극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도착 전 미리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확정하며 ‘방한 선물’을 마련했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는 성명에 “(두 정상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강조”했다고 담았고,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한다는 약속도 확인했다.

이는 세계질서를 미국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대 비동맹국의 양자 구도로 규정하는 미국 측 입장에 한국이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에서부터 “우리의 경제적·국가적 안보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좌우”되면 안 된다고 했다.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선 “미국 경제가 중국 경제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채비를 갖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며 미·중 간 선택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냈다.

중국발 후폭풍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IPEF 참여를 두고는 사실상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이미 밝혔다. 중국과 대만 사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대만해협 문제를 언급한 것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시험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일단 “그렇게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지난 20일)고 중국과의 충돌 우려에 선을 그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만해협 안정은 우리 국익과도 직결된 사안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로 중국 측이 보복을 한다든지 그렇게 오해할 소지는 제가 볼 때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IPEF 문제를 두고는 “양분법적인 입장은 지양했으면 좋겠다”며 “복잡한 상호의존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로섬적인 구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낙관에도 향후 미·중 충돌과 맞물려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현재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북한 문제에서도 주요 이해관계국이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세심하게 다루지 않을 경우 파장이 광범위하게 번질 수 있다.

일단 한·중관계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윤 대통령은 그간 중국에 대해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외교 전략을 말해왔다. 국정과제에는 한·중 정상 교환방문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공급망·환경(미세먼지)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한다고 명시했다. 중국 측도 앞서 윤 대통령 취임식에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사절단으로 보내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전진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공급망 협력을 위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마무리, 한·중·일 FTA 추진, 한반도 문제 소통 강화 등 5가지 사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측에 밀착한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중 간 실질적 협력을 넓히는 방향의 논의가 오갈지는 미지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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