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스트레이트] '거짓 스펙' 유죄여도 1천만 원이면 의사 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서유정 ▶

보도블록을 손상 없이 오래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벽돌 코팅 기술.

지난 2013년, 특허를 받았습니다.

발명자는 충북지역 한 대학 화학과에 다니던 이 모 씨.

[특허청 관계자]
"특허권자 이00라고 돼 있네요. 발명을 하셨으니, 대부분은 그렇게 일치하니까요."

이 씨는 한국공업화학회 학술대회에서 논문도 줄줄이 발표했습니다.

'공기중 열전도에 관한 연구' 등 3편이나 됩니다.

학부생치고는 뛰어난 성과입니다.

이 씨는 이런 실적을 앞세워 의대 입학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학부 졸업을 앞둔 2015년 10월.

충북의 한 국공립 의과대 편입 전형과 인천의 한 의학전문대학원 정시 모집에 각각 원서를 냈습니다.

자기소개서 [음성대독]
"실험실에서 3년 동안 연구한 끝에 환경 오염물질을 자가 세척하는 특허를 등록할 수 있었다. 의학분야에 활용을 기대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

두 곳 모두 합격한 이 씨는, 인천의 의전원을 선택했습니다.

학부 시절의 연구 실적으로 의사의 꿈을 키워가던 어느 대학생의 성공담일까요?

하지만 그의 의전원 입학에 동원된 이른바 '스펙'들,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3년이나 공을 들였다던 발명 특허.

사실 충북지역 사립대 교수였던 아버지의 작품이었는데요.

한 기업에서 2천만 원의 지원금까지 받은 연구 결과를 아들의 성과로 둔갑시킨 겁니다.

또 남들은 한 번도 어렵다는 학회에 세 차례나 발표했던 논문들도 마찬가집니다.

알고보니 아버지의 제자가 쓴 논문에 이름만 올렸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A대학교 감사팀]
"그 당시에 그 아들이 거기(B대학 의전원)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 씨는 스스로 '괄목할 성과'라 자랑했던 특허마저 포기했습니다.

소유권 유지를 위해 납부해야 하는 등록료를 안 낸 겁니다.

사실상 의전원 입학만을 위한 특허였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특허청 관계자]
"이분이 등록료 불납으로 소멸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있나요? 자기가 낸 특허인데?"> "굳이 이렇게 등록료를 내가면서 유지해야 할 그런 게 없다면...

조용히 묻힐 뻔했던 '입시 비리', 그러나 입학 3년 만인 2019년 덜미가 잡혔습니다.

조국 당시 법무장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가 대학 전수조사에 나선 겁니다.

교육부의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은 이 씨 부자는 법정에 세워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입시 공정성을 저해하고, 교육제도 전반에 국민의 불신을 야기했다"며 '부정입학'을 인정했습니다.

교수인 아버지는 징역 10개월,

아들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 받았습니다.

[박은선/변호사]
"교수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 그 다음에 또 이제 불합격했을 사람의 피해 이런 걸 다 고려를 해서 되게 조금 이제 무겁게 형을 선고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항소했고, 넉달 뒤인 재작년 8월 2심에선 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아버지가 집행유예로 실형을 피한 데 이어, 아들은 벌금 1천만 원에 그쳤습니다.

특허와 논문이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없고, 두 사람이 반성을 하고 있다는 게 감형 이유였습니다.

다만 아버지는 교수직에서 파면됐습니다.

[OO대학교 대외협력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에는 무조건 당연퇴직을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대법원 상고를 안 했기 때문에 확정 판결 되면서 당연퇴직된 거예요. 그건 파면된 겁니다."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 00/전 OO대학교 교수]
("이00 선생님 되시죠?")
"네"
("제가 문자 하나 보내드렸는데 혹시 보셨나요?")
"지금 어디세요? 전화주시는 분이?"
("여기 MBC거든요.")
"그런데요?"
("2020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취재하다가 뭐 좀..."/전화끊김:뚜뚜뚜~~~)

문제는 아들 이 씨입니다.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무사히 졸업해 의사가 됐고, 병원 취업까지 가능했습니다.

부정 입학이 드러났지만, 고작 벌금 1천만 원을 내고 버젓이 의사로 일하고 있는 겁니다.

[이 00/의사]
서:("벌금형만 받으신걸로 아는데, 의대 졸업하시고 면허받으셔서 의사 생활 하고 계신건 맞는거죠?") 이:"네 그렇죠"

2019년 바뀐 고등교육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을 한 경우, 입학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개정법 시행 전에 입학해 법적 처벌에 한계가 있습니다.

[박은선/변호사·전직 교사]
"위원회를 소집하고 취소해야만 하는 거죠. 근데 이 규정이 만들어진 게 2019년 12월이거든요. 그리고 시행일은 20년 6월경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사건이 발생한 거는 2016년 3월에 입학한 거잖아요. 그러면 이제 거꾸로 돌아가서 적용할 수는 없는 거죠."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씨가 나온 의전원의 학칙으로는 입학 취소가 가능합니다.

학칙 제15조 "입학허가를 받은 후에도 법령의 위반 또는 허위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입학허가를 취소한다"

부산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된 조국 전 장관의 딸 역시 모집 요강과 학칙이 근거였습니다.

[박홍원 / 부산대 교육부총장(2021.8.24)]
"학생들에게 준수하라고 한 내용은 우리 부산대학교도 천명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여기에 근거해서 입학 취소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씨가 졸업한 학교는 확정 판결 뒤 1년 넘도록 아무 조치도 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징계에 들어갔습니다.

[B대학교 입학처]
<이렇게 (징계를) 오래 끈 이유가 있나요?">
"학교에서도 이게 심의가 거의... 작년 9월 정도부터 논의하고 있는 상태거든요. 내부적으로 어떠한 행정절차를 하겠다는 것에 대한 결론이 났고요. 당사자한테 통보하고 청문 절차 남아있는 상태예요."

뒤늦은 징계 위기에 놓인 이 씨에게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이00/의사]
("입학 취소 결정이 되면 좀 난처한 상황이 되실것 같은데")

이:"네 그렇죠."

("앞으로 계획을 갖고 계시게 있다면?")

이:"그거는 학교측에 제가 그런 지침을 따라야 되는 입장이라서요")

("학교 결정이 나오면 그냥 그대로 따르겠다?")

이:"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더이상 말씀드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법원 판결에 다소 억울해하면서도
본격적인 추궁에는 말을 돌렸습니다.

[이00/의사]
("논문에 이름을 올리거나 특허 내는거에 대해서 그때 당시에 이렇게 문제의식 같은걸 가지고 계시지는 않았나요?")

이:"글쎄요 저는 근데 학교 실험실에 나가서 실험이나 이런걸 꾸준히 했거든요."

("근데 판결문에는 실험을 한적이 없다고 돼 있는데 그러면 이 판결문이 잘못된 건가요?")

이:"아니요 잘못됐다기 보다는 법원 판단이 결정적인 기여나 이런 거를 물었기 때문에...

(그럼 특허는요?)

이:"그런데 더이상 저는 이거를 문제삼고 싶지 않아가지고, 전화 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유정 기자(teenie0922@mbc.co.kr)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