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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국 보란 듯…한·미 ‘경제안보’ 고리로 초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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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ㅣ 정상회담 공동성명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합의

IPEF 참여 등 중국 견제 구체화

대북 정책도 억제력 강화 초점

대중 관계·북핵 해법 더 좁아져


한겨레

22일 오산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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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던 지난해 5월 양국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안보’를 내세워 미국 편을 분명하게 들며 중국을 견제하는 태도를 확실하게 취했다. 대북 정책에서는 한미연합연습 확대 등 대북 억제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미 동맹의 영역은 넓어졌지만, 어려워진 중국과의 관계 설정, 좁아진 ‘북핵 해법’의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한국 외교의 과제로 등장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경제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아이피이에프·IPEF)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개방적인 인터넷,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쿼드(미·일·인도·호주 안보협의체)와의 협력,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등 사실상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내용들이 공동성명에 담겼다. “모든 의제가 중국에 관한 것”(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이란 평가가 나왔다.

1년 전의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 각자’의 접근법”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한국이 미-중 갈등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으려 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이번 성명은 “윤석열 대통령은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한다”는 윤 대통령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우리 인태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인도, 아세안과 협력하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했다. 한국이 인태전략을 별도로 만들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인태전략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동성명을 보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언급하면서도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대만 관련 표현은 지난해 5월 정상회담 때도 들어가 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한다’는 연장선상으로 이해해달라. 대만해협 안정 문제는 우리 국익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 볼 수 있다. 이 문제 관련해서는 중국 측의 보복 등 오해할 소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 중국을 겨낭한 표현의 강도는 높아졌다. 대만해협을 “인태지역의 안보·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새로 의미를 부여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 우려를 공유”는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읽힌다. 이런 언급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온 중국의 대응 강도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한국 외교의 과제가 됐다. 이런 우려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이피이에프 가입이 중국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고 한중 관계도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지난해 공동성명에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있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미관계의 출발점을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은 구체화됐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빠른 시일 안에 재가동하기로 합의했고,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북한 인권 관련 표현도 직설적으로 변했다. 지난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로 바뀌었다.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중립적인 표현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한국이 유럽에서도 미국이나 그 동맹들과 관여하는 문을 열어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펜데믹과 기후변화, 민주주의 위기 등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연대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면서 “양국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이러한 도전 과제에 함께 대응해 나가면서,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술 안보를 강조한 한미는 사이버 보안을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공동성명은 △사이버 적대세력 억지 △핵심 기반 시설의 사이버 보안 △사이버 범죄 및 이와 관련한 자금세탁 대응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보호 등을 나열하고 “한미 간 협력을 지속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가상화폐 탈취와 돈세탁 등 북한의 해킹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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