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美서 미래차 승부수 띄운 현대차…바이든 "생큐, 정의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한미정상회담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님, 미국을 선택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 됐습니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회담은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오전 11시부터 50분가량 진행됐다. 당초 예정된 10여 분의 면담 시간을 훌쩍 넘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중 기업 총수와 단독 면담을 한 것은 처음이다.

회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미 기자단을 대상으로 영어로 투자 계획을 약 15분간 설명했다. 정 회장이 먼저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화답했다. 발표는 백악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발표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면담 장소로 다시 이동했다. 발표 이후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은 20여 분간 추가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105억달러 투자 결정에 "생큐(Thank you)"를 연발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미국 투자 발표는 전기차 전환과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테슬라에서 촉발된 미국 내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구글·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참전하며 격화되고 있다. 이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전기차 주도권을 두고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EVAdoption은 미국 내 친환경차 시장이 올해 85만대에서 2030년 472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53만대를, 기아는 31만2000대를 각각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전동화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완성차 판매량의 50%를 친환경차로 바꾼다는 정책을 내놨다. 이미 미국 완성차 업체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3사는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도 22일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심이고 큰 시장"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 영향도 크다. 오는 10월 25일부터는 완성차의 경우 부품의 60% 이상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된다. 이 기준은 2024년 65%, 2029년 75%로 높아진다.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아야 관세나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완성차 부품의 75%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도 2025년 7월 시작된다. 조지아주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민주당이 중요 지역으로 꼽고 있는 만큼 현대차의 투자 결정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투자 대상에는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보틱스(로봇+과학기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도 포함됐다. 특히 UAM과 로보틱스는 정 회장이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타운홀미팅 당시부터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0년부터 미국에 UAM 사업 법인을 세웠고, 지난해 '슈퍼널'이란 이름을 붙였다. 슈퍼널은 2028년 도심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전동화 UAM을 내놓는 걸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UAM이나 자율주행 분야 등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비 3년 정도 뒤져 있다"며 "한국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 시험하기 까다롭지만 미국은 자유롭게 시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보틱스도 정 회장이 애착을 갖고 힘주는 분야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현대차그룹은 차가 아닌 로보틱스를 주제로 삼았다. 완성차 업체 무대에서 로봇이 주제가 되는 건 이례적이었다.

자율주행 기술 투자도 이뤄진다. 자율주행과 AI 기술 등은 미국과 우리나라 간 기술 격차가 크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가 상당히 있다"며 "기술 개발을 먼저 하고 한국으로 기술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 분야 인재도 한국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사 '모셔널'을 설립했다. 지난 17일 모셔널은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선 아이오닉5를 이용해 우버이츠 고객을 위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배송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와 함께 미국에서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미국 전기차 공장 신설에 따라 국내 부품업계 등 자동차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는 어디서 하고, 어디는 안 하고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사업에도 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새하 기자 /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