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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ㆍ미 정상 “원전ㆍ외환 협력”…앞으로 어떻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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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서울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경제ㆍ기술 파트너십”에 합의했다. 경제ㆍ산업 분야에서 주목받은 대목은 원자력 발전(원전) 수출과 외환시장 협력, 크게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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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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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원전 수출 협력”…러ㆍ중 견제용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원전 협력에 대한 언급은 있었다. 다만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는 단 한 문장에 불과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달랐다. 공동성명에 ▶원자력 수출 진흥과 역량 개발 공동 사용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 구축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등 선진 원자로 개발 협력 ▶원자력 고위급위원회 활용 등 구체적 방안이 대거 담겼다. 탈원전을 강조하던 1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한ㆍ미 정상회담과는 온도 차가 컸다.

대통령선거 때부터 “탈원전 백지화, 원전 수출 강국”에 초점을 맞춘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고,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국제 정세도 한몫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층 강력해진 한ㆍ미 원전 수출 동맹은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 원전 수출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성격이 크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제 제재로 인해 신규 원전 건설 수주가 막힌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체코ㆍ폴란드 등 신규 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가 러시아를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난으로 유럽 등지에서 신규 원전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한국산 원전 수출, 미국과의 원전 협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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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1호기와 2호기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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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합의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한국 원전 수출에 있어 미국은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사업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따낼 때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참여하긴 했지만, 1차 심사에서 탈락하고 뒤늦게 합류한 것이었다. 웨스팅스하우스 합류 이후에도 한전 컨소시엄은 미국 GEㆍ일본 히타치 컨소시엄, 프랑스 아레바(AREVA) 컨소시엄과 치열한 경쟁 끝에 수주에 성공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원전을 청정 에너지로서 인정하고 원전 수출과 SMR 등 기술 부문에 있어 협력해나가겠다고 한 건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결국 사우디ㆍ체코 등 향후 있을 원전 수주 경쟁에 있어 어떤 부분을 협력하고 양보해나갈지는 양국 개별 기업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SMR 분야에서 있어서도 양국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상용화와 대규모 수출 산업화는 아직 먼 얘기다.



추락하는 원화값…양국 “외환시장 협력”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문구다. 1년 전 한ㆍ미 정상회담 때는 역시 없던 내용이다. 1년 사이 한층 어려워진 국내 외환시장 사정이 반영됐다.

미국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한ㆍ미 통화스와프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컸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선 거론되지 않았다. 달러화와 다른 통화를 맞교환(스와프)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결정할 사안이라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련 문구가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은 외환시장 협력에 있어 시작에 불과하다”며 “해당 문구를 어떤 식으로 구체화해갈지는 앞으로 한ㆍ미 통화 당국이 소통하고 협상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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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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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유로존ㆍ영국ㆍ캐나다ㆍ스위스ㆍ일본으로 5개국에 불과하다. 모두 기축통화국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나라다. 미국이 한국ㆍ호주ㆍ덴마크 등 다른 나라와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적이 있지만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등 경제위기 때만 한시적으로 단행한 조치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공동성명에 포함된 외환시장 협력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며, 통화스와프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국제 통화를 가진 국가만 상시적인 통화스와프를 했을뿐더러, 특정 국가와 한정적으로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한 전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ㆍ미 외환시장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선 현재 금융당국의 국제금융 인력들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 과거 2008년 통화스와프가 이뤄졌을 때처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실무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윤상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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