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한미 정상회담]한국판 IPEF 전략 수립...중국과의 관계설정이 숙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투데이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집무실 청사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 차원 높이는 방안이 채택되면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숙제로 남게 됐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 재편에 동참키로 한 만큼 중국의 반발과 견제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참여키로 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중국을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경제연합체로, 반중국 연대 성격이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시찰한 것도 대중 견제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대규모 자본을 쏟아부었지만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을 둘러본 뒤 “한국처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긴밀한 파트너와 협력해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양 정상은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우리 인태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올해 중 적절한 계기에 한국의 인태전략 발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자체적인 인태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외교적 의미를 갖는다. 미국, 일본, 호주에 유럽 국가들까지 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인태전략을 발표해온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그동안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 자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도 강조됐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우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먼저 긴밀하게 유대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바짝 다가서는 미국의 의도는 다분히 중국 견제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의 성명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문구는 단 한 줄도 없다”며 고개를 가로젖는다.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은 한미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현재 IPEF 포함해서 다자적인 프레임워크라든지 또는 양자적인 측면에서도 어떤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 상호보완적인 국가들 간에 공급망 안정을 가져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양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건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한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21일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기존 외교정책 방향을 전환해 미국과 함께 중국 억제에 나서려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바이든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에 주목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한미 동맹 강화를 밝혀온 것에 바이든 정부가 이번을 한국을 끌어들일 좋은 기회로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한국 정부가 IPEF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한중 경제와 무역 관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수젠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9일 “중국과 한국은 분리할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한국과 무역·투자 협력을 심화하고 새로운 영역에서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수 대변인은 “양국은 수교 이후 교역액이 늘어 연간 기준 3600억 달러(약 458조 원)를 돌파했으며 누적 투자액도 1000억 달러를 넘었다”며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수준 높은 이행을 위해 한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20일 “미국이 제안한 IPEF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어떤 종류의 지역 협력도 제3자를 겨냥하거나 그들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아시아 동맹국을 결집하려는 노력에 있어서 조기 승리를 거둬 중국 측이 당황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에 동참하지 말라는 절박한 경고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투데이/정일환 기자 (wha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