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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통큰 투자'에 감격 바이든, 정의선에 거듭 "땡큐"…현대차그룹, 美서 '13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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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은 총 105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서 전기차 및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한다. [사진출처=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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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보고 있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불편한 관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는 거듭 감사를 표현했다. 정 회장이 통 큰 선물보따리를 두 번이나 풀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50여분간 환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 바쁜 일정에도 정 회장과 별도로 회동해 국내외 이목이 집중됐다.

7조 전기차 투자 이어 6.3조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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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비전 티저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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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내용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날 현대차그룹이 55억 달러(7조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발표에 바이든 대통령이 감사 인사를 전할 것으로 처음엔 예상됐다.

정의선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회동 이후 한국·미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또 하나의 선물 보따리가 공개됐다.

정 회장은 "미국에 진출한지 40년 된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제 또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 조지아주에 들어설 새로운 전기차 전용공장은 미국 소비자들을 위해 높은 품질의 전기차를 생산,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산업 리더로 도약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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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출처=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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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예상을 빗나가진 않았다. 바로 이어 전기차 전용공장에 버금가는 통 큰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50억 달러(6조3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미국 기업들과 로보틱스, 도심항공(UAM),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100억 달러가 넘는 신규 투자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소바자들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전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물론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에 기대감을 표출하면서 총 105억 달러(13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에 거듭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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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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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투자를 통해 8000명 이상 고용이 창출되고 미국 국민과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전기차는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기업들에게 다양한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의선 회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이런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좋고 한국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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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호평받는 전기차인 아이오닉5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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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에도 미국 내 제품 경쟁력 강화 및 생산 설비 향상과 전기차, 수소, 도심항공,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총 7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통해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에 관한 현지 정부의 제도 및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충전설비 50만기 설치 및 보조금 증대 등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까지 더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유리한 조치를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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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6 [사진출처=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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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완성차 및 신사업 관련 해외현지 투자가 미국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국내 광범위한 연관산업의 성장은 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투자는 그동안 현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수요를 증가시켰다. 그 결과가 국내 생산과 수출 증가, 국내 부품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성장 구조를 형성했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투자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투자가 이뤄지면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생태계에도 긍정 효과를 미치는 '제2의 앨라배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과 2006년 기아 조지아 공장 착공 이후 국내 자동차의 생산과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부품 협력사도 동반 성장했다.

현대차·기아는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내 전기차 분야에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하고 2030년 한국에서 전기차 144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손 맞잡은 정의선-바이든, 머스크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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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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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야심차게 추진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머스크와는 불편한 관계다. '머스크 패싱' '테슬라 패싱'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준이다.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포드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11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1만1000개 이상을 창출했다"며 "지엠(GM)도 전기차 제조를 위해 투자한데다 미시간 주에만 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드와 지엠의 전기차 일자리 창출을 격려하면서 미국 전기차 대표 브랜드인 테슬라를 빼놨다.

머스크도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집권당인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바이든 정부도 비판했다.

머스크는 노동조합을 갖춘 포드 등이 생산하는 전기차에 대한 추가 세제 혜택, 민주당 의원들의 억만장자세 도입 논의 등을 강력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진보성향 의원과 바이든 대통령까지 공격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에 있던 테슬라 본사를 공화당 주요 근거지인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겼다.

머스크는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을 분열과 증오의 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 "더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고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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