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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尹·바이든, ‘케미’가 잘 맞는 관계”… 정상회담 기간 내내 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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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반려견·정치 출마 등 내밀한 이야기도

대통령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공감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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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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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 하는 ‘케미’(화합)이 잘 맞는 관계였다.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기 어려울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1일 소인수 회담이 당초 예정 시간보다 2배 이상 길어진 까닭에 대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이같이 설명했다.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호감을 쌓은 양 정상은 2박 3일 만에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반려견, 가족사, 정치 출마 과정 등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정상 만찬에서도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구절을 건배사로 인용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예정된 90분 넘어 109분 동안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에서 소인수 정상회담·단독 환담·확대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바이든 대통령이 청사에 도착하자 현관에 나서서 직접 영접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곧바로 소인수 회담에 돌입했다. 제한된 주제에 대해 소수의 핵심 참모들이 배석해 양 정상이 협의하는 소인수(少人數) 회담에는 한국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에드가드 케이건 NSC 동아시아·동남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확장억제 전략 등 안보 이슈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었지만 오히려 두 정상의 사담이 길어지면서 30분으로 예정된 소인수 회담이 72분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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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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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두 정상이 ‘자유민주주의는 노력과 투쟁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바이든 대통령도 어떻게 대선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안도 하나하나 짚었지만 공감대가 커지니 나머지 이야기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평소 신던 굽이 없는 편한 신발이 아니라 ‘특별한 날’을 강조한 김건희 여사의 조언을 듣고 2012년 결혼식 때 신었던 검정 구두를 신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구두가 깨끗하다고 얘기하자 구두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며 친근한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오후 2시 44분부터 통역만 대동한 채 티타임 형식의 단독 환담에 나섰다. 예정된 10분보다 15분 늘어난 25분 동안 환담이 이어졌다. 이후 오후 3시 9분부터 21분까지 12분 동안 같은 층의 접견실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양측에서 12명씩 배석한 가운데 확대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예정된 50분보다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실무 단계에서 논의가 매끄럽게 잘 이뤄졌다. 확대 회담에서 이견을 조율할 만한 사안이 없어서 빨리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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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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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회담 종료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 건배사에서 예이츠를 인용하며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고 했다’”며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다짐했다. 19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예이츠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소 아일랜드계 혈통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맞춤한 건배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개인적으로 알아갈 기회를 가졌다는 것으로,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초기부터 많이 알게 됐다”라며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에게 준 것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런던(영국)에서는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농담하면서도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주로 하는 건배사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말로 만찬 건배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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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오른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만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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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만찬에서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재계 인사들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일이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헤드 테이블에 앉은 안 전 위원장을 가장 먼저 소개하며 “이번 대선에서 제가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준분”이라고 말했다.

이창훈·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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