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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밀 대란에도 웃지 못하는 사료주…대주주 '먹튀' 논란에 개미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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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곡물가게.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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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사료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대주주의 '먹튀' 논란이 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인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소식에 밀 대란이 우려되며 사료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나 주가는 이전만큼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일사료의 주가는 지난달 25일 1만585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후 20일까지 50.5% 떨어졌다.

또 다른 사료 관련주인 팜스토리 역시 지난달 27일 6330원에서 이날 4215원으로 33.4% 하락했다.

이들 사료주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 이후 폭등세를 보였다. 사료의 원료로 쓰이는 밀과 옥수수 등의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수출의 약 25% 규모를 차지하는 세계 주요 밀 수출국 중 한 곳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 규모는 약 13% 수준이다.

사료주는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때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일사료의 경우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주가가 242.31% 폭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4.3%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 기업 평균 수익률을 한참 웃도는 셈이다. 연초 2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단숨에 1만5000원을 뛰어넘는 등 3개월 사이에 주가가 7배 넘게 폭등했다.

급등세를 달리던 한일사료의 주가는 주가 급등 사유로 투자위험종목에 지정된 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대주주 일가가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일사료의 대주주 일가는 지난달 26∼29일에 걸쳐 보유주식 총 146만4394주, 190억7372만원어치를 장내 매도했다.

최대주주인 차상협 대표이사 회장이 주당 1만3043원∼1만5000원에 70만주를 처분했다. 또 차 회장 동생인 차상석 부회장이 주당 1만2416원∼1만4172원에 26만4394주를, 차 회장의 어머니 최한순씨가 주당 1만2011원에 50만주를 팔았다.

또 다른 사료 관련주인 팜스토리 역시 대주주의 주식 처분이 이뤄졌다. 팜스토리의 최대주주 이지홀딩스는 지난 3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총 730억원 규모의 지분을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팜스토리 주가는 3000원대에서 6330원까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20일 4215원으로 고점 대비 33.4% 떨어졌다.

아직 사료주의 상승 모멘텀은 살아있는 상황이다. 주요 밀 생산 국가인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최근 밀 가격이 또 다시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곡물 가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대주주 지분 매각 후 상승 탄력은 이전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통상 최대주주의 주식 대량 처분은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식과 함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대주주의 지분 처분 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했다고 밝혔으나 소액주주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대주주가 매도한 시기가 언제나 상투였다"며 "결국 개미무덤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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