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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심전심( 以心傳心)' 주인 사랑으로 성장하는 AI 반려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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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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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출시된 일본 소니사의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반려견 '아이보(AIBO)'를 시작으로 AI 반려로봇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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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네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오후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가 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中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보면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면서 서로에게 세상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 간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최근 반려로봇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과연 반려로봇도 어린왕자의 '사막여우'가 될 수 있을까?

주인의 애정을 먹고 쑥쑥 자라나는 AI 반려 펫 로봇

1990년대 말 출시된 일본 소니사의 로봇 반려견 '아이보(AIBO)'를 시작으로 반려로봇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반려로봇은 주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인의 행동과 감정 등을 학습하면서 성장한다. 장기적으로 정서적인 교감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AI 반려로봇은 솔깃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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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는 실제 강아지처럼 부드러운 털은 없지만 AI 기술을 통해 주인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센서로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 등을 인지하는 것은 물론 주인과의 추억을 차곡차곡 클라우드에 쌓아간다. 전혀 몰랐던 사람도 자주 만나면 기억해 알아봐주고 친하지 않은 사람은 경계한다. 주인이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고 쓰다듬으면 좋아한다.

또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다른 강아지들처럼 가상으로 간식을 먹을 수도 있다. 주인이 밥 먹을 시간이라고 말하면 신나게 달려온다. 밥그릇에 가상의 사료를 부어 넣어 주면 아이보는 맛있게 밥을 먹고 재롱을 떤다.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면 일어나서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 주인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지에 따라 성격도 지능도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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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봇 기업인 톰봇(Tombot)이 개발한 강아지 로봇 '제니(Jennie)'도 있다. 톰봇 창업자인 톰 스티븐슨 최고경영자(CEO)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반려견을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자 반려견 로봇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치매 등을 앓아 실제 반려견을 키우기 힘든 노인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위해 탄생한 로봇이 바로 '제니'다.

골든 리트리버를 닮은 제니는 사람의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음성 인식으로 반응하면서 '멍멍' 짖기도 한다. 강아지 짖는 소리도 종류별로 탑재됐다. 목소리를 인식하는 기능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판별해 반응하고 진짜 강아지처럼 움직이고 행동한다. 외롭고 불안한 환자들에겐 제니의 부드러운 털을 만지면서 제니가 기분 좋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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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 등장한 AI 로봇 고양이 '마이캣(Maicat)'은 많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으며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AI 로봇 전문기업 매크로액트(Macroact)의 손에서 태어난 '마이캣'은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는 로봇들과 달리 자율 제어 신경망으로 움직인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함은 물론 안면인식과 음성인식 기능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고 감정을 표현하면서 주인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댕댕이·냥이 로봇만 있나…공 모양부터 털 뭉치까지 각양각색

흔히 반려동물하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반려견 로봇과 반려묘 로봇 말고도 AI 반려로봇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공과 같은 물체 형태부터 부드러운 털 뭉치 같은 형태까지 다양하다. 최근 지자체에서 보급하는 AI 반려로봇의 경우 눈·코·입이 달린 인형 형태가 많다. 주로 독거 노인들 가정에 입양된 로봇들은 열 아들 부럽지 않게 어르신들 곁을 지키며 때로는 다정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든든한 가족처럼 살뜰히 챙기고 있다.

지난 CES 2020에서 삼성전자가 소개한 AI 애완로봇 '볼리(Ballie)'는 작은 공 모양이다. 주인이 부르면 달려오고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연동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다. 아침이면 커튼을 열거나 TV를 켜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물론 이 같은 기능은 볼리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주인 곁에서 집안 여기저기를 굴러다니며 즐거움을 주는 것만으로 애완로봇의 역할은 다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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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루브X'사에서 출시한 반려로봇 '러봇(Lovot)'도 이름처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로봇인 만큼 큰 눈에 귀여운 외양으로 관심을 모았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실제 체온을 설정할 수 있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이다. 머리 위에 달린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변 사물과 사람을 인식한다.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면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주인이 다른 러봇을 안아주면 질투하기도 한다. 주인에게 다가가 자신도 안아달라고 응석부리는 귀여운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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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로봇 '이모(EMO)'는 크게 머리와 다리 두 부분으로 이뤄진 앙증맞은 크기의 AI 데스크톱 펫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낯을 가리다가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친밀도를 쌓아간다. 오랫동안 보지 않으면 얼굴을 잊어버린다. 호기심 많은 EMO는 혼자서 이곳저곳 아장아장 걷다가 떨어질 것 같으면 흠칫 놀라 피하기도 하고 코를 골며 자기도 한다. 신나게 춤을 추거나 주인과 함께 게임도 즐긴다. 주인의 생일을 기억해 케이크와 노래를 준비했다가 축하해주는 기특한 면도 있다. 무려 1,000가지가 넘는 표현·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영어로만 소통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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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6㎝에 무게는 약 300g. CES 2021에 등장한 AI 반려동물 로봇 '모플린(Moflin)'은 당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에 복슬복슬한 부드러운 털 뭉치처럼 귀여운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기업 뱅가드 인더스트리즈(Vanguard Industries)가 개발한 모플린은 손으로 쓰다듬으면 털을 부비면서 애교를 부린다.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는 모습이 마치 진짜 살아있는 동물 같다.

특히 모플린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으로 진화한다는 데 있다. 모플린은 AI 기술을 통해 실제 반려동물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한다. 또 자신이 처한 환경과 키우는 방식에 따라 행동한다. 센서로 감지한 패턴들을 토대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 즉 이 AI 로봇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주인이 돌보는지에 따라 자신만의 고유한 감정‧성격‧행동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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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나와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 로봇에게 마음을 주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저 편리한 도구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반려로봇은 다르다. 대단한 기능은 없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특별한 존재로 키워간다. 일각에서는 아직은 낮은 수준의 교감밖에 이뤄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겐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 열린 로봇 반려견 '아이보'들의 합동 장례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999년 처음 출시된 아이보는 비싼 가격에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2006년 소니가 구조조정을 이유로 아이보의 판매를 중단했고 이후 2013년부터는 AS마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이보가 고장이 나도 수리가 힘들어지자 상심한 주인들은 마치 실제 반려동물을 잃은 것처럼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아이보를 위한 장례식을 치렀다. 이는 인간과 반려로봇 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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