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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반대는 어리석은 베팅?…9년전 朴대화에 바이든 '답' 있다[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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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3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며 방명록 작성대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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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미국에 대한 ‘베팅’을 언급했다.

영어로는 “It’s never a good bet to bet against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말했고, 이는 “미국에 반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베팅은 없다” 정도로 통역됐다. 미국 반대편에 서지 말라는 경고처럼도 들리는데, 따져보면 꼭 그런 뜻은 아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베팅 발언에는 ‘논란의 역사’가 있다. 2013년 12월 그가 부통령 신분으로 방한했을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나서 한 발언이다. 정확하게는 “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라고 했다.

마침 당시는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으로 미‧중 간 갈등이 불붙은 시기였다. 사실상 이때부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본격적 딜레마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통역은 이를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국내적으로 미국 부통령이 대놓고 한국 대통령에 “중국 편을 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식의 압박은 외교적 결례라는 논란까지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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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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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한국과 미국 정부까지 나서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국무부는 “바이든 부통령이 의미한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을 중시하고 있고, 재균형 정책에 대해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고,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도 국회에서 “한·미 동맹의 강고함과 아시아·태평양 중시 정책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나온 것인데, 정확히 통역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맥락을 보면, 베팅 발언에 앞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결정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국은 실행할 수 없는 것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헌신 의지를 설명하면서 연장 선상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실제 당시 전문가들은 논란이 커지자 ‘bet against America’를 “미국이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미국이 그럴 것이라고 믿지 못한다면)”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이 아․태지역에 헌신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일”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21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베팅 발언도 맥락을 보면 이와 비슷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어제 나온 독립적 분석에 따르면 1976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경제가 중국보다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조짐”이라며 “자랑스러운 우리 동맹 한국 등 우리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긴밀하며, 국민 간 유대 관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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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 기업 부문에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는 나의 굳은 믿음과 함께 하는 것으로, 내가 오랫동안 이렇게 이야기해왔다”고 한 뒤 베팅 발언을 했다. 이번 발언도 “미국에 반대하는 베팅은 어리석다”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 성장 및 한‧미간 경제 협력의 잠재력을 믿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 정도가 맞는 해석인 셈이다.

베팅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올 1월 국정연설에서도 미국이 변화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적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베팅 표현이 나왔다. “내가 시진핑 주석한테도 이야기했는데, 미국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뜻이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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