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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확대하면 전기료 억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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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정부의 원전 부흥 드라이브 실효성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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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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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한국원자력학회의 춘계학술발표회가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렸다. 사흘 일정의 학술대회가 열린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는 학계·산업계에서 약 1500명이 참가했다. 원전 부흥을 내건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학회 임원들이 주관하는 특별 워크숍의 제목은 ‘윤석열 시대-원자력 전망과 과제, 그리고 학회의 역할’이었다. 등록 부스 앞 대형 전광판에는 행사장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이 표시되고 있었다.

워크숍의 개회사에서 정동욱 학회장(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은 “윤석열 시대, 우리 원자력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시험문제 또한 받아들었다”며 “앞으로 5년 동안 원전을 안전하게 돌리고,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수출해 돈 벌어오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성공하라는 것이 국민이 준 기회이자 우리가 받아든 시험문제”라고 말했다. 원자력 산업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남요식 한수원 부회장은 “신정부 원전 부흥에 부합하려면 성과 창출과 지속가능성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계속운전(수명연장)을 통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 한해 적자만 23조원에 이를 듯

워크숍은 핵발전 생태계를 발전시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계속운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전 같은 차세대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하는 발언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신정부 원자력 정책을 만들었던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5년은 우리에게 고등학교 같은 중요한 시기였는데 탈원전으로 허비했다”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 산업 생태계 국정 강화라는 국정과제를 어디에 속하게 할 것이냐 했을 때 나라가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 때문에 비상식적으로 망가졌다는 생각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국정목표인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에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 8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고, 한해 적자만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관심사는 원전을 확대해 전기요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느냐이다. 새 정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의 박주헌 전문위원(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은 지난 4월 28일 전기요금 가격 인상과 관련해 “탈원전으로 인해 적자폭이 얼마나 늘어나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차기 정부가 원전을 적정 비중으로 유지·확대하기로 선회하기 때문에 전기가격 인상요인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전의 계속운전을 확대하면 한수원의 수익을 늘려 전기요금 인하 요인을 만들 수 있다. 신규원전을 지으면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된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할 경우 영구 정지하는 것보다 67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학술발표회 분위기를 보면 원자력 업계는 계속운전 원전을 늘리고, 신규원전을 일부 추가하는 방식을 예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원전의 계속운전을 몇차례 허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과제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계속운전 연장 신청 기한을 만료일의 5~10년 전까지 기간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 원전의 수명을 정해놓은 건 독점을 금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계속운전도 20~40년 정도 하는 건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24기가 가동 중인 한국 원전의 설계수명은 대부분 30~40년이다. 신형 경수로 원전은 60년이다. 현 제도에서 수명을 연장하려는 원전은 수명 만료 2~5년 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주기적 안전평가 보고서, 수명평가 보고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등을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통과하면 10년 단위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현 제도를 따른다면, 윤석열 정부 임기 중 계속운전을 신청할 수 있는 원전은 10기다. 하지만 계속운전 신청기간을 늘릴 경우 12기, 2차 연장까지 가능한 6기까지 포함하면 최대 18기의 수명이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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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는 풍력·태양광이 최선이라는데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속 재개, 안전성을 전제로 운영허가 만료원전의 계속운전 등으로 2030년 원전 비중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으로는 2050년 원전 발전비중 3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기복 원자력학회 부회장(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탄소중립을 한다면 결국 석탄과 LNG는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대안은 결국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원전이 30%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는데 적어도 그 이상은 유지해야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원자력 학계에선 35% 이상을 바라지만 먼저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고 가야 한다”면서 “유럽연합이 원전을 녹색투자 목록에 넣으면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마련을 조건으로 걸었는데 우린 우리 나름의 실행가능한 ‘택소노미’를 마련하고, 금융·수출지원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업계에선 원전으로 탄소 배출도 줄이고, 전기요금 인상도 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가 크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태양광과 풍력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가장 경제적인 대안으로 꼽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4월 4일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풍력과 태양광이 원자력과 탄소포집저장(CCS), 수소 등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을 들여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도 풍력과 태양광의 긍정 영향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왔다. 원자력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산업·혁신·인프라’의 두 목표 외에는 긍정 영향을 미치는 구석이 없다. ‘깨끗한 물과 위생’에서는 CCS와 함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옵션으로 분류됐다.

원전의 경제성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자산운용사 라자드의 분석에 따르면 2009~2017년 사이 생산 전력당 평균 발전 비용은 풍력이 67%, 태양광은 86% 감소했다. 재생에너지는 2016년 이래 매년 2300억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하면서 대규모 설치에 따른 학습곡선 효과를 누렸다. 반면 핵발전은 20% 증가하면서 원전 건설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시점에서 원자력의 균등화 발전단가(설치비·연료비·폐쇄 비용 등 발전 전 과정에 걸친 비용을 발전량으로 나눠 계산)는 수명연장을 통한 장기 운영을 제외하면 태양광·육상풍력과 거의 비슷하거나 높은 것으로 나온다. 글로벌 평균으로 국가별 편차가 크지만, 경제성만으로 원전을 택할 때는 지났음을 보여준다.

2021년 12월 말 기준 원자력 발전단가(52.73원/kWh) 중 사용후핵연료 관리·처분 비용은 3.48원으로 원전 발전단가의 6.59%에 해당한다. 원전 해체 의무를 지는 한수원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원전해체충당부채를 설정하는데 2020년 말 기준으로 16조9749억원이 적립됐다. 적립액은 지난 5년 사이 7조원 넘게 불었다. 이런 비용들이 선진국에 비해 낮게 잡혔다는 의구심이 나온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회 위원장은 “해체 비용을 봐도 다른 나라보다 적게 잡혔다. 특히 고리 1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사이즈가 3배 차이인데도 패쇄비용은 똑같이 책정했다. 각각의 패쇄비용을 면밀히 따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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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춘계학술발표회 특별워크숍에서 정동욱 학회장(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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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만능주의 경계해야

이헌석 위원장은 “사실 해외에서 원자력이 퇴출된 건 핵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선 원전이 주력인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현실적 문제 때문에 핵발전이 2050년 지금 같은 위치를 차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핵 산업계가 띄우는 SMR은 분산형 전원이라고 하지만 핵발전의 수용성이 낮아 결국 서울(주요 수요지)에 지을 수 없다. 결국 핵 산업계의 R&D 투자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이제 한두개 테스트하는 수준인데 그걸 부풀려 국가 주요 정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건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싸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갖춘다는 의미가 강해지고 있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원전은 이미 대량의 국가보조금을 주지 않는 이상 비싸서 승부를 볼 수 없는 산업이 됐다”면서 “유럽이 원전을 확대하는 건 러시아 가스가 워낙 비싸져 그보다는 원전이 싸졌기 때문인데 우린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전 발전 비중 확대와 전기요금의 관계는 아직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팀장은 “전 정권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수명이 끝나면 다 도태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계속운전을 늘리면 신규원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비용을 고려하고, 현재 있는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걸 감안하면서 구체적인 숫자를 계산해야 비용인상 여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석 위원장은 새 정부가 원전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발전이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의 문제는 마치 핵발전으로 모든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를 내는 건 전력 분야만 있는 게 아닌데 원전만 강조하면서 산업계의 공정 연료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수송 부분, 그린리모델링 등 다른 중요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들을 등한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실제 새 정부는 최근 59조4000억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태양광·풍력 기술 개발을 비롯한 탄소중립 관련 예산을 2409억원 삭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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