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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풀렸는데 ‘원숭이두창’ 세계 확산…팬데믹 될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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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감염·의심 사례 12개국 120건 넘어

유럽 대륙 넘어 북미,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전파

감염력 낮은 질병의 이례적 확산 원인 분석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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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계통으로 증상도 비슷해 ‘천연두의 사촌’이라 불린다. CDC/신시아 S. 골드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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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사그라드는 와중에 또다른 인수공통감염병이 확산되고 있어 세계 보건당국과 과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그동안 거의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돼온 희귀 바이러스 질병 윈숭이두창(monkeypox) 감염 확인 또는 의심 사례가 올해 들어 미국, 유럽 등 원래 보고되지 않았던 12개국에서 120건 이상 나왔다.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된 첫 사례는 5월13일 영국의 한 가정집에서 감염된 세 사람이었다. 현재 이 감염병은 영국과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에서 주로 보고됐으나 바다 건너 캐나다, 미국은 물론 남반구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제한됐던 해외여행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명을 통해 “질병 감시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국가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계도 이 감염병의 확산 원인을 규명하는 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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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원숭이두창 발병 지역. 보라색 지역이 올해 발병 사례가 보고된 곳이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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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발진에 독감 같은 고열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로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한다. 증상도 천연두와 비슷해 천연두의 사촌격이라 할 만하다.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울퉁불퉁한 발진이 전신에 나는 것과 함께 독감과 비슷한 고열과 통증을 동반한다. 발진은 나중에 고름이 가득 찬 물집이 된다. 감염 후 증상이 발현되기까지 잠복기간은 보통 6~13일이다. 증상 지속 기간은 14~21일이며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1958년 실험실에 있던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이다. 질병 이름은 원숭이두창이지만 질병의 숙주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설치류로 추정한다. 주로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원숭이들한테서 많이 발생하며, 사람한테서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어린이한테서 처음 발견됐다. 아프리카에서는 서부와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 평균 수천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발생지는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선 아프리카여행자나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한 동물에서 발생한 사례가 있었으나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엔 발생 양상이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지난 몇주간 발생한 사례만으로도 이미 1970년 이래 전체 발생 건수를 넘어섰을 정도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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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과 같은 계통인 천연두 바이러스. 안에 있는 유전물질 DNA가 아령 모양을 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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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아


그러나 미육군감염의학연구소 제이 후퍼 박사(바이러스학)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정도의 바이러스 질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원숭이두창은 사람간 감염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는 이미 많은 치료제와 백신이 준비돼 있는 천연두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초점은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는 바이러스의 전파 방식에 새로운 특성이 추가됐는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에어로졸이라고 하는 작은 비말을 통해 퍼진다. 반면 원숭이두창은 침과 같은 체액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이는 원숭이두창에 걸리더라도 다른 사람한테 전염시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훨씬 낮다는 걸 뜻한다고 후퍼 박사는 말했다.

포르투갈 과학자들은 5월19일 이번에 발생한 원숭이두창의 게놈 서열을 처음으로 분석해 공개했다. 과학자들은 이 분석에서 이번에 발견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균주가 서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견되는 바이러스 변종과 닮았다는 걸 알아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엔 서부 아프리카 계통과 중앙 아프리카 계통이 있다. 서부 아프리카 변종은 중앙 아프리카 변종에 비해 증상이 가볍고 치명률도 낮다. 예컨대 빈곤한 농촌 인구에서의 치명률이 약 1%다. 그래도 독감 치명률 0.1%보다는 훨씬 높다.

그러나 현재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가 실제로 서부 아프리카 균주와 정확히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또 현재 발생국가들의 바이러스들은 서로 같은 종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파악하면 갑작스럽게 확산되는 것이 전염력이 높아진 돌연변이 때문인지, 또 각국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같은 곳인지 알 수 있다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레이나 매킨타이어 교수(감염병학) 교수는 ‘네이처’에 말했다.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달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DNA 바이러스다. DNA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를 탐지해 복구시키는 능력이 더 낫다. 이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갑작스럽게 인간 전염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걸 뜻한다고 매킨타이어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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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레리 대평원에서 서식하는 작은 설치류 동물 프레리도그. 미국에선 애완동물로 키우는 프레리도그가 사람한테 원숭이두창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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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발 원숭이두창의 수수께끼


그럼에도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한테서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건 바이러스가 지역 내에서 은밀하게 퍼지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점이 바로 이번 확산 사례에 내재된 잠재적 공포다. 다만 피부에 병변이 생기는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달리 무증상 전염과는 거리가 멀어 이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원숭이두창의 또 다른 수수께끼는 모든 발병 사례에 20-50세 남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네이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였다고 전했다. 성적 접촉이 전파 경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성적 행위를 하게 되면 두 사람이 서로 밀접한 접촉을 하게 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매킨타이어 교수는 바이러스가 우연히 동성애-양성애 집단에 들어왔다가 계속 순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몇주간의 역학조사가 완료되면 어디에서 발병이 시작됐고 감염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1970년대 박멸 캠페인으로 천연두가 사그라든 이후 원숭이두창을 주시해 왔다. 예방접종이 중단되면서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약하거나 전혀 없는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에선 2017년 이후 약 500명의 의심 환자와 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2003년 가나에서 운송된 설치류를 거쳐 70여명이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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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천연두 및 원숭이두창 겸용 백신으로 승인받은 ‘임바넥스’. 바바리안노르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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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달리 백신·치료제 이미 확보


그러나 세계의 보건 당국은 무방비로 당했던 코로나19와는 달리 원숭이두창에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갖고 있다. 천연두 백신은 원숭이두창에도 85%의 면역 효과가 있다. 또 원숭이두창용 백신과 치료제도 이미 개발돼 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선 천연두 백신 공급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네이처’는 만약 원숭이두창 확산이 우려될 경우 보건 당국은 코로나와 같은 격리 전략보다는 ‘포위 접종’(ring vaccination)이라는 백신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위접종은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한테 우선 예방주사를 맞게 하는 질병 확산 억제 전략이다. 불이 났을 경우 마을 전체가 아닌 불이 난 집부터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 예컨대 누군가 질병에 감염됐을 경우 추가 감염 가능성이 있는 가족, 이웃, 친구 등을 조사해 1차 접촉자, 2차 접촉자, 3차 접촉자 이런 식으로 분류한 뒤 그룹별로 백신을 접종한다.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인구 전체에 대한 접종이 어려웠던 아프리카에서 천연두를 박멸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미국감염병통제예방센터의 안드레아 맥칼럼 박사는 ‘네이처’에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날마다 나오는 지역에서도 감염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다”며 “지금까지 본 데이터에 기반해 본다면 백신 접종을 넘어 격리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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