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주린이 투자설명서] 툭하면 고평가 논란...공모가는 어떻게 정하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IPO(기업공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쉴더스,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등이 도미노처럼 상장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유동성 파티가 끝난데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을 탓하지만 '공모가 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사는 이유는 '주가 상승' 기대감 때문인데요. 상장 이후 예상되는 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야 공모주의 흥행 가능성도 커집니다. 그런데 '공모가부터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이런 기업은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상장을 철회하거나, 상장 이후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기 일쑤입니다.

시장의 관심을 받으려면 적정 공모가를 찾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공모주 가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를 알아보고 고평가 딱지가 붙은 기업들의 공통점도 살펴보겠습니다.

뉴스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관사가 기업가치 평가...업종별 평가방법 '제각각'

먼저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IPO 업무를 도와줄 증권사와 주관사 업무 계약을 맺습니다. 주관사의 가장 큰 역할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일인데요. 사업내용부터 영업수익과 자산가치, 이미 상장한 유사기업의 주가 수준 등을 고려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정합니다. 예컨대 주당 5000~7000원, 이런 식으로 잠정 범위를 설정합니다.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제각각입니다. IPO 주관사에 자율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본질가치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관사는 비교기업을 이용한 상대가치평가 방식을 활용합니다. 사업 모델이 유사한 비교기업을 통해 '에비타멀티플(EV/EBITA)',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매출비율(PSR)' 등의 평균치를 구한 뒤 공개할 기업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고평가 논란이 있던 SK쉴더스의 경우 EV/EBITA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책정했습니다. EV/EBITA는 기업가치(EV)가 세전 영업이익(EBITA)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보통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감가상각 규모가 큰 업종의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활용합니다.

평가방식 자체보다는 비교기업 선정이 고평가 논란을 키웠는데요. SK쉴더스는 미국의 알람닷컴·퀄리스·ADT, 한국의 안랩·에스원 등 5곳을 비교회사에 포함, EV/EBITA 16.13배를 적용했습니다. 이 경우 예상 시가총액이 최소 2조8000억원에 달해 국내 1위 물리보안업체 에스원 시총(약 2조6000억원)보다 높아지는데요. 무리한 기업가치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에 한 차례 비교기업을 정정했습니다. 안랩·에스원·싸이버원과 대만 보안기업 세콤을 활용했는데 EV/EBITA도 14.86배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주당 평가액 대비 할인율(33.59~16.88%)만 조정했을 뿐, 공모가 희망밴드는 기존과 동일한 3만1000~3만8800원을 유지했습니다. '눈속임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도 200대 1 수준에 그쳤습니다.

뉴스핌

[사진=SK쉴더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교기업 선정 논란...고평가 종목 빼고 적정가치 찾아야"

지난해 상장한 게임개발사 크래프톤도 '고평가' 딱지가 붙은 대표적인 종목인데요. 수요예측 과정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에 그치더니, 상장 이후 주가는 공모가(49만8500원) 대비 반토막 난 수준입니다.

크래프톤은 비교기업들의 PER을 활용해 공모가를 산정했습니다. PER은 주로 꾸준한 매출을 내는 이익기업들이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크래프톤도 무리한 기업가치 책정으로 눈총을 받았는데요. 콘텐츠 사업 모델을 근거로 월트디즈니 등을 비교기업군에 포함하면서 평균 PER을 45.2배로 적용했습니다.

비교기업 부적절 논란에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해야 했는데요. 이후 수정된 비교기업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4개사입니다. 다만 이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게임주의 가치가 급등했을 당시(4개사 평균 PER 47.2배)여서 고평가 논란은 상장 이후에도 지속됐습니다.

공모가 산정 방법으로 PER과 PSR을 함께 쓰기도 하는데요. 지난 4월 상장한 코스닥 기업 포바이포가 대표적입니다. PSR은 안정적 이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 기업에서 주로 활용합니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눈길을 끈 쿠팡도 PSR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주관사에서 공모가 희망밴드를 정하고 나면 다음 절차는 기관투자자들의 몫입니다. 기관은 수요예측을 통해 어느 정도 가격에, 얼마만큼의 공모주를 갖고 싶은지 제시합니다. 이때 수요예측 결과로 공모가가 최종 결정되는데요. 인기가 없다면 밴드 하단에서 공모가를 정하거나 기업이 상장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PO 시장 침체 원인을 기업과 주관사의 높아진 눈높이에서 찾기도 하는데요. 비싸도 팔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길 기대하는 기업이 무리한 공모가 산정 근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도 기업에 제안서를 제출할 때는 일단 딜을 따자는 생각에 기업가치를 높게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막상 실무를 맡게되면 현실적으로 가격 조정을 하게 되고, 이마저도 장이 안 좋으면 무산되는 식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zunii@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