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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률 0.8%‥국수에 진심인 한국은 왜 밀농사를 외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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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역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때 이른 무더위에 수확기를 앞둔 우리밀의 사정은 괜찮은지 알아보기 위해 농가를 찾아갔습니다.우리 밀이 강력한 햇빛에 잘 익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농민들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경북 의성군의 이철규 농민은 “겨울 추위에 봄 가뭄이 심해 작황이 안 좋다”고 말했습니다.경북 상주시의 김학진 농민도 “봄 가뭄이 계속되어 밭 밀뿐 아니라 논 밀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세계적인 곡물 가격 폭등의 와중에 얼마 안 되는 국산 밀 수확이 좋지 않을 거란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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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칼국수 맛집에 가서 우리 밀 칼국수를 주문해 봤습니다. 수입 밀 칼국수보다 잘 끊어져서 속칭 ‘면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밀과 검은콩을 섞어 반죽한 국수는 신선한 곡식 특유의 향기와 살아있는 풍미를 보여줍니다. "가까운 우리 밀 농가에서 밀 공급을 받는다"는 식당 주인은 재료비와 인건비가 올라도 칼국수 값(7천원)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수입 밀은 깔끔한 흰색이 보기는 좋지만 재배과정에서 유전자 조작 가능성, 태평양을 건너오는 과정에서 방부제나 화학처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죠. 얼핏 생각해봐도 쌀은 국산만 찾으면서 밀은 99% 수입산만 먹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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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식품영양학회에 발표된 ‘시판 중인 우리 밀 및 수입 밀 밀가루의 품질 및 특성 비교 연구’ (김상숙 정혜영) 논문을 보면 우리 밀이 회분과 단백질 함량이 수입 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우리 밀이 안전할뿐 아니라 영양성분도 우수하다는 건 많은 연구와 논문에서 나타나고 있고 실제로 먹어보면 속이 편한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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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자급률 0.8%‥3년 뒤 목표는 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밀값이 급등했죠.인도는 국내 밀 공급 감소가 우려되자 밀 수출을 금지했는데 최근 식량 수출 금지 국가가 14개국이나 된다고 합니다.식량 안보가 우려되는 상황이죠.

매일경제신문은 한국의 식량자급률이 20%마저 붕괴되어 19.3%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라고 해명 자료를 냈습니다.이 과정에서 오히려 밀 자급률이 1%도 안된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0년 기준 국내 밀 생산량이 17,000톤인데 자급률이 0.8%라는 겁니다.

밀의 1인당 소비량은 연간 33kg 정도로 쌀의 59kg를 잇는 주식입니다.하루 한 끼 이상을 밀로 식사를 하는 건데 99% 이상을 수입하는 상황이니 걱정이 안될 수 없습니다.

정부는 2020년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밀 자급률을 올린다는 계획인데 2025년까지 밀 자급률 목표가 5%입니다.목표를 달성한다해도 95%는 수입산이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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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다른 일본의 밀 상황

흔히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는 대부분 농업국가죠. 미국 호주 캐나다 같은 땅덩어리 큰 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도 높은 농업 생산성을 보입니다.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 일본도 한때 밀 자급률이 4%대까지 떨어졌지만 2019년 기준 자급률이 1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부가 일본산 밀을 전량 사들여 가공업체에 싸게 공급했습니다. 수입 밀보다 일본산 밀이 훨씬 더 싸게 거래됐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밀의 품종 개발과 품질 고급화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정부에서 좋은 밀을 생산한 농가에 더 많은 지원금을 줬습니다.지금은 많은 부분이 민간에 맡겨졌지만 2000년 일본의 밀 생산 지원액이 1조4천억원에 달했습니다. 더 좋은 밀을 더 싸게 공급하니 소비자들도 일본산 밀을 선호하게 됐다고 합니다.일본은 수입 농산물도 일본이 소유한 해외 농장에서 들여 오거나 국제 원조 사업과 연계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위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우리하곤 상황이 많이 다른 거 같습니다.

농민들은 우리 밀의 자급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우리 밀 재배면적을 2천평에서 1,200평으로 줄였다"는 상주시의 김학진 농민은 "우리 밀 40kg을 4만몇천원 정도에 팔아선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쌀과 밀의 2모작을 할 때 쌀 생산량이 줄어 2모작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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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밀값 폭등‥우리 밀의 위기이자 기회

‘우리밀 세상을 여는 사람들’의 자료를 보면 올 2월 기준으로 우리 밀과 수입 밀의 가격 차가 2021년 3.5배에서 2022년 2.3배로 줄어들었습니다. 이후 국제 밀값이 더욱 올랐고 환율효과까지 있어 그 격차는 더욱 좁혀 들었습니다.정부에서 조금만 지원을 확대해도 우리 밀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 발표의 식량자급률 중 쌀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은 2.6%,식량자급률은 5.8%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쌀 자급률이 높아진 것도 수입 밀 의존도가 높아져서 이뤄진 것이죠.얼마 전까지 "국수 먹게 해 준다"는 말이 "결혼한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일 정도로 밀은 우리 삶의 일부분입니다.

'언제든 해외에서 싼 밀을 쉽게 사 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중 한 곳이라도 흉작이 되면 국제 밀 값은 한번 더 폭등할 것이고, 더 많은 나라가 수출 금지에 나설 겁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승용 기자(sylee01@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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