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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 철거 앞장선 현대건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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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밀레니엄 힐튼(이하 서울 힐튼)은 결국 철거될까.

1조원 넘는 자금으로 서울 힐튼을 매입한 현대건설과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호텔을 철거하고 용적률을 채워 오피스와 판매시설 등을 새로 건립하는 방안의 인허가를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튼 호텔 철거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자 힐튼 호텔 설계자와 만남을 갖는 등 방법이 모색되는 듯 했지만, 결국은 원래 계획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인허가 과정에서 어느 정도 변경도 가능하지만, 매입 가격 등을 감안했을 때 일단은 철거 후 신축을 근간으로 인허가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비즈

서울 힐튼호텔/힐튼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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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적률 꽉꽉 채우지 않으면 기대수익률 맞추기 어렵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밀레니엄 힐튼을 매입한 현대건설과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힐튼호텔을 완전 철거 후 신축으로 가닥을 잡고 인허가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매입 가격을 감안하면 해당 부지의 용적률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철거 후 신축이 가장 자본 논리에 맞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논리로 봤을 때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서울 힐튼호텔을 설계한 김종성(서울 건축 명예대표) 설계자조차 비관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비공개 포럼 <건축가 김종성과 건축적 유산>에서 “처음 힐튼호텔을 설계할 때에는 그 부지가 경사지고 험한 땅이었고, 용적률이 400%가 안 되게 설계했다. 그런데 현재는 용적률이 600%까지 허용이 되고, 주거 프로그램이 들어가면 용적률 인센티브가 적용되어 용적률 700~800%의 시설을 지을 수 있는 부지니까 자산운용하는 입장, 냉철한 시장경제의 논리로 본다면 힐튼호텔은 틀림없이 철거될 것”이라고 했다.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선 방법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힐튼호텔의 새 주인은 현대건설과 이지스자산운용. 두 회사는 신한금융그룹의 자금조달까지 포함해 지난해 12월 힐튼호텔의 최대주주인 CDL호텔코리아와 1조1000억원에 인수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이 중 총 4099억원을 투입하며 이 중 99억원은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했다.

이들의 계획은 2027년까지 연면적 약 26만㎡ 수준의 오피스와 상업용 시설, 호텔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허용 용적률 600% 중 350%만 활용해 호텔을 지었기 때문에 용적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피스와 상업용 시설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 사업에 대해서도 기대가 높다. 워낙 입지가 좋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이미 펀드 참여자에게 기대수익률이 제시됐기 때문에 용적률을 모두 가용하지 않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긴 어렵다”면서 “건축적 가치가 논란이 되고 있어도 철거됐을 땐 펀드 수익자에게 이해가 맞고, 철거되지 않으면 ‘대중’과 이해관계 맞는데, 대중의 이익은 추상적이다. 엄청난 사회적 논란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계획 수정은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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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 매입한 PFV 주주 현황/조선DB



◇ “결국은 돈 때문에 가치가 사라진다”

다만 자본논리 앞에서 다른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무력화되는 것을 두고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다. 건축적 미학을 가미한 20~30년된 건축물이 자본 논리로 하나 둘 철거되면 후대에 남길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힐튼 호텔의 어떤 가치가 있다는 걸까. 일단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서울 힐튼의 경우 당시 흔치 않은 한국 건축가가 설계했고, 그 건축가 해외 거장의 마지막 제자였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남산 힐튼호텔의 설계자는 건축가 김종성. 그의 스승은 세계적 건축가 중 하나인 미스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다. 힐튼호텔은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철학을 가장 한국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 전반적 평가다. 기본 모듈이 반복되면서 만들어내는 전체의 질서를 가장 잘 표현해 낸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강철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미스 반 데 로에의 건축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건물이고 이런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향유할 수 있다는 건 후대에게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 “당장 눈앞에 자본 논리만 작동하는 거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한국 경제사와 얽힌 이야기들도 많다. 서울 힐튼의 건축주는 고 김우중 대우건설 회장. 당시만 해도 서울의 5성급 호텔은 주로 일본인 건축 설계자들의 몫이었지만 그는 유난히 한국 건축가를 원했다. 그 시절 한국 경제 성장기에 해외 유수 건축가에게 사사받은 한국 건축가의 활동상이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는 뜻이다.

또 힐튼서울은 대우그룹의 영욕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꼭대기인 23~24층에 있는 복층 구조의 펜트하우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세계경영’을 진두지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 미국 뉴욕주는 왜 ‘랜드마크 보호법’을 만들었나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나서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뉴욕처럼 건축사에 남을 만한 건축물은 존치하고 스토리텔링에 나서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몇년 새 재건축 아파트의 특정 동을 남기려는 시도를 해왔는데, 힐튼 호텔에 적용돼야 하는 가치라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펜 스테이션(Penn Station, 1910-1963)의 철거로 변화가 있었다. 펜 스테이션 철거가 뉴욕시민에게 상당한 상실감을 주고,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자 뉴욕주가 ‘랜드마크 보호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 법으로 보존된 건물이 바로 힐튼 호텔 설계자의 스승인 미스 반 로에의 작품인 뉴욕 시그램 빌딩이다. 뉴욕시에서는 시그램 빌딩을 1989년에 랜드마크로 등록해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다. 덕분에 후대는 미국의 역사와 건축사를 사진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향유할 수 있다.

한 건축가는 “미국은 유럽과 대비했을 때 역사가 오랜 나라가 아니지만 후대를 위한 역사를 꾸준히 남기고 있다”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건축 문화재의 지정 기준을 조선시대 이전에 머물러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고 “이왕이면 서울 힐튼이라는 건축물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건축설계자는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의 낡은 동을 남기라고 할 것이 아니다. 건물이 아닌 건축엔 미학이 담겨있고 보존 가치가 있는데 이런 담론이 사회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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