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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드 쓰면 20만원 쏜다”… 신규 고객 찾는 카드사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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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양모씨(37)는 이달 새 신용카드를 2개 더 신청했다. 6개월 전부터 쓰던 신용카드는 앱에서 바로 해지했다. 혼자 사는 양씨는 평소 생활비로 120만원 정도를 사용한다. 양씨는 다음 달부터 각각 다른 카드사에서 새로 발급받은 카드로 생활비를 60만원씩 나눠 쓸 예정이다. 조금 번거로워도 양씨는 이렇게 반년마다 신용카드를 바꿔 쓴다. 카드 한 장을 바꿀 때마다 매번 20만원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 당부했지만, 신규 이용자를 유치하려는 카드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불 붙고 있다. 2년 전 10만원을 밑돌던 신규 이용자 이벤트 혜택은 어느덧 20만원 수준으로 훌쩍 높아졌다.

현금성 선물만 쏙쏙 챙기고 메뚜기처럼 카드사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이용자들도 덩달아 늘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일단 ‘어떻게든 이용자 숫자부터 불리고 보자’는 전략을 앞세우는 추세다.

22일 국내 주요 카드사가 신규발급 혜택을 종합하면 모든 전업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발급 후 16만원부터 많게는 21만원까지 결제액에 대한 캐시백 혹은 현금성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해당 정보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페이북, 핀크 같은 간편결제 어플리케이션(앱) 안에 카드 추천 혹은 신용카드 이벤트 같은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앱을 통해 새 카드를 발급 이벤트에 응모하면 현금을 돌려주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쌓아준다. 카드사로선 새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결제시장 경쟁자에 가까운 간편결제 기업들과도 손을 잡은 셈이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는 이달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더 그린 에디션2(the Green Edition2)카드’나 ‘더 핑크(the Pink) 카드’를 발급한 신규 이용자를 상대로 카카오페이에서 20만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새 카드를 발급 받은 이용자가 30만원 이상을 결제하면 오는 7월 말 20만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다만 혜택을 받으려면 직전 6개월간 현대카드 결제 이력이 없어야 한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현대카드 ‘더 그린’과 ‘더 핑크’는 연회비가 15만원에 달할 뿐 아니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초기 콘셉트 설정부터 관여한 프리미엄 카드”라며 “보통 프리미엄 카드라면 이용자층을 세밀하게 나누고 해당 계층에 맞는 특별함을 강조하는데, 이렇게 매스(mass·대중) 채널을 상대로 광범위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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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의 ‘현금 퍼주기’는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에서 새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지난해 카드사들은 총 232종(신용 199종·체크 33종)에 달하는 새 카드를 의욕적으로 선보였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신상품이 쏟아졌다. 그러나 개인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여태 2013년(1억1600만장) 수준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 1년 넘게 잠자는 장롱 속 카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960만7000장이었던 휴면카드 수는 올해 1분기 들어 1037만1000장으로 증가했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이용자 입장에서 결제금액만 맞춰주면 되는 카드사 신규발급 이벤트는 여러 조건이 붙는 은행권 예·적금에 비하면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재테크”라며 “카드사도 일정 기간 매출이 보장되고, 이용자를 붙잡아두는(Lock-in)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대가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은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해 연회비 대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모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회비가 15만원인 카드라도 새로 카드를 발급한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품은 연 1만5000원에 그친다. 다만 온라인에서 본인이 직접 카드사 신규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연회비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신규 발급을 전제로 하는 마케팅이 거세지자 지난해 여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신규 발급’이 아닌 ‘결제 고객’에게 현금이나 경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미 가입한 이용자에게 사용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카드사 측 법리적 해석이다.

카드사가 규제를 우회하는 사이 재테크에 민감한 주부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수시로 카드사를 갈아타는 일명 ‘풍차돌리기’가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풍차돌리기란 카드 신규 발급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혜택을 받고 바로 카드를 해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보통 직전 6개월에서 1년 동안 새로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카드사 결제 실적이 없어야 한다. 이 때문에 혜택을 자주 받으려면 카드 발급 일자와 해지 일자, 결제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가 혜택을 받으면 바로 해지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한국신용카드학회 관계자는 “신규 발급 혜택을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도 체리피커(cherry picker·혜택만 골라 받는 소비자)로 인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s)를 늘리려면 일시적인 혜택 제공이 아니라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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