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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딜레마에 빠진 대만...위드코로나 과연 정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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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누적 지역사회 감염자 100만명 돌파

"中 '제로코로나' 대가 커...위드코로나 전환"

위드코로나 둘러싸고 현지 반응 분분

아주경제

대만의 한 약국 앞에 자가진단키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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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대만 난리났어요!"

대만에서 근무하는 노모씨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기자의 안부를 물었었는데 상황이 뒤바뀌었다. 한국에선 오미크론 변이 유행 감소세가 보이고 있지만, 대만은 '방역 모범지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일일 신규 감염자수가 연일 무서운 기세로 급증하고 있다.
◆대만 누적 지역사회 감염자 100만명 돌파..."위드코로나 전환 탓"

지난 20일 대만 중앙감염병지휘센터(CECC)는 이날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감염자수가 8만5761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해외 역유입 사례는 41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지역사회 내 감염자다. 하루 사망자는 4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9만378명을 기록했던 것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신규 감염자수는 지난 3월 말부터 급증해, 지난 12일부터는 하루 6만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오다가 전날엔 9만명대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대만 누적 감염자 수는 115만728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닷새 동안 누적 감염자 수의 절반인 40만명 가까이가 감염되면서 방역 당국이 비상이 걸렸다.

대만 내 신규 감염자가 급증한 건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 기조가 바뀐 탓이다. 대만은 그간 중국과 함께 강경한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었으나, '제로코로나'에 따른 경제적 대가가 크다고 판단해, '위드코로나'를 선택했다. 대만은 오미크론 변이의 잠복기간이 짧아진 것을 감안해 방역 역량과 사회 경제활동을 유지하며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격리기간을 단축했다. 지난 17일 0시부터 '0+7' 자가격리 제도를 마련해, 확진자의 가족 등의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의무 정책도 완화했다. 밀접 접촉해도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하고 이틀 연속 자가진단키트에서 음성이 뜨면 격리할 필요가 없다.

또 해외 입경자에 대한 문턱도 한층 더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9일부터 해외 입경자에 대한 자가격리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이후 7일간 자주 건강관리를 하도록 했다.

다만 대만에선 아직까지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천스중 위생복리부장(장관)은 오는 7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실외, 일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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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코로나 확진자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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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둘러싸고 현지 반응 '분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드코로나 정책과 관련해 현지 반응도 크게 엇갈린다. 현지인들은 감염자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대만 당국의 '눈 가리고 아웅'식 통제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반면 정작 의료진들은 당국의 지침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모씨는 대만 현지인들은 정부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자'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주변에서 '그래도 일단 안 걸리는 게 좋다',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조심하자'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불만은 대체로 크다고 했다. 이달 초부터 대만의 확진자가 급증하자 타이베이 등 대도시의 약국 앞에는 자가진단키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노모씨가 전했다. 현재 1인당 하나씩밖에 구매하지 못하고, 신분증 번호 끝자리(홀수, 짝수)에 따라 구매가능한데, 이마저도 구매하기 힘들 때도 많다며 정부가 방역조치를 완화하기 전에 미리 충분한 진단키트를 확보해 놓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만 의료진들은 정부의 조치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에 따르면 대만 의료진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접종 완료자들 중에서도 재감염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중증, 사망 비율은 매우 낮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며 위드코로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봉쇄보다는 부스터샷(추가 접종) 확대, 항바이러스제와 자가진단키트 보급 확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 방역 당국은 현재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지 않았다며 다음 주 안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낮출 계획이다. 당국은 7월 중 코로나19를 5급 전염병에서 4급 전염병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5급 전염병은 확진 뒤 24시간 이내에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4급 전염병은 확진 뒤 24시간~1개월 이내에만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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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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