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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르포] 보궐선거 '핫플' 경기 분당갑 민심은?…"安 환영 vs 그래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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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분당-李 인천' 출마에 동요하는 분당갑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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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보궐선거에서 '경기 분당갑'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이 지역에는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했고, 당초 출마가 유력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로 방향을 틀었다. /분당=곽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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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분당=곽현서 기자] 6월 1일 열리는 보궐선거에서 '경기 분당갑' 지역이 화제의 선거구가 됐다.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것과 달리, 출마가 유력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선거에 나서면서다.

분당갑은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사직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지역이다. 분당신도시(서현·야탑·이매 등) 북부 지역과 판교신도시(판교·삼평·백현·운중 등) 전체를 포함한다. 특히, 경기도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으로, 대표적인 보수 텃밭으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곳이지만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민심을 다져놓은 곳이기도 하다. 현재 안 후보 맞수로 나온 김병관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바 있다.

당초 분당갑은 이 후보와 안 후보의 빅매치가 거론돼 초기부터 정치권의 '핫플레이스'로 여겨졌다. 이 후보가 두 번의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역임했고, 대선 내내 따라다녔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본거지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대선 2라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민심은 동요하고 있었다. 분당 시민들은 안 후보의 '분당갑' 출마에 대해선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이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해선 "도망간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지난 20일 <더팩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안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경기 분당갑'을 찾아 직접 민심을 살폈다. 이 후보가 오랜 기간 분당에 살아왔던 만큼 여야 간 비슷한 반응을 예상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 후보를 겨냥하듯 "정치인들이 그렇지 뭐"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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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판교 거리에서 발견한 '경기 분당갑' 출마 후보들의 공식 선거 운동 포스터. 시민들은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곽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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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래도 민주당" vs "안철수 뽑겠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은 '서현역 AK플라자' 앞이었다. 분당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지만, 이른 시간이었던 탓에 다소 고요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던 중 잠깐 시간을 내 커피를 사러 나왔다는 두 직장인 친구를 만났다. 이들은 '보궐선거에서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판교동에 거주하는 안모 씨(29·여)는 "원래부터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탓에 안 후보를 뽑을 것 같지는 않다"며 "아직까지 당을 보고 뽑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계양을' 출마에 대해서도 "인천에 출마한 사실도 알고 있지만 '도망갔다'는 사람들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친구 이모 씨(29·여·이매동)는 "솔직히 (안 후보는) 능력 있는 사람이지만, 타이밍 복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번엔 합당할 곳도 없으니 끝까지 할 것이라 믿고 뽑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성남에 지긋지긋함을 느낀 것 아니냐"며 "차기 대선을 위해 인천으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 씨는(30·서현동)는 "분당갑은 무조건 보수"라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이유를 묻자 "안 후보의 능력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라는 말을 체감했던 순간이다.

그는 또 이 후보에 대해서 "사나워진 민심에 안 후보와 붙으면 질 것 같으니 인천으로 도망간 것 아니냐"며 "지금까지 분당에 있다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에 갔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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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에서 마주한 민심은 다소 싸늘했다. 시민들은 선거와 관련한 질문에 "묻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며 답변을 거부했다. /곽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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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성난 민심 '정치권'의 불신으로?

오후 1시께 '분당 중앙공원'으로 이동했다. 24도 새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쾌적한 날씨였다. 하지만 분당 시민들의 민심은 불쾌 지수가 높아 보였다.

담소를 나누는 중년 여성 두 명에게 다가가 "보궐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시냐"고 물었다. 이들은 "그런 거 대답도 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듯해 보였던 한 남성도 "예민한 사항이니 다른 사람에게 물어라"고 했다.

서현동에 살고 있다고 밝힌 60대 남성은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안철수와 이재명 둘 다 너무 싫으니 다 떨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이 후보는 대장동 사건으로 잘한 게 하나도 없는데 뭘 잘했다고 다시 인천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은 보란 듯이 다른 후보를 꽂는 게 싫다"고 했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던 70대 여성은 자신이 이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을 듣고 투표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며 "정치인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안 후보가 당선되든지 말든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버럭 화를 냈다. 다만 이 여성은 '수내동'에 거주해 '경기 분당갑' 보궐선거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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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백현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원래 이재명을 지지했으나 철회했다"며 "인천 계양에서 잘해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꼭 뽑겠다"고 했다. /판교=곽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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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환영···이재명은 실망?"

뒤편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손을 잡고 내려오는 한 커플과 눈이 마주쳤다. 이들에게 '안 후보에 대한 주변 평판이 어떠냐'고 물었다. 20대 남성은 "판교에 안랩이 있어서인지 주변 모두 안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서 "인지도가 매우 높아 무난히 당선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해선 "대선에 실패해 다시 도전하는 것 같다"면서도 "정치는 '연고'가 중요한데, 그곳은 연고가 없지 않지 않냐. 만회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380번 버스를 타고 백현동 백현마을 1단지 앞으로 이동했다. 주거단지와 현대백화점 등 여가·문화시설이 함께 있어 다들 분주한 발걸음을 보였다.

장바구니와 양산을 손에 쥐고 있던 백현마을 주민 50대 여성은 원래 이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이 여성은 "회사 다닐 당시 법카로 이상한 짓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정말 싫었다"며 "계양에서 잘해봐라. 나는 지지를 철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분당갑 출마를 환영한다"며 "6월 1일 투표소에 가서 꼭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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