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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승준이 '스티브 유'됐던 그해 타임라인…판결문 통해 짚어보니[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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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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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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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일 서울행정법원은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주LA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증(F-4비자;재외동포체류자격)발급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유승준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부장관이 재외공관장인 LA총영사에 위임한 해외에서의 한국 비자 발급 권한에 따라 유승준에 대해 지난 2020년 7월6일 서면으로 통지했던 재외동포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그대로 인정해 준 셈이다.

지난 2015년 9월2일에 있었던 '구두 전화'통지에 의한 1차 거부처분에 이어 LA총영사는 5년만에 '서면'을 통한 2차 거부처분을 했다. 행정법원이 1심에서 유승준 패소로 결론내리면서 한국 입국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이번 2차 행정법원 판결문에서 눈에 띄는 건 유승준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던 시기,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해 병역이 면제된 과정을 상세하게 담았단 점이다.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1976년생인 유승준은 만 13세였던 1989년 12월 부모와 한 살 터울 형과 함께 미국 LA로 이민을 갔다.

1994년 가족과 함께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후 1996년 9월14일 한국에 입국한 그는 1997년 4월1일 가수로 데뷔했다.


미국 영주권자로 가수활동 시작한 유승준, 2001년 3월 이전엔 미국 시민권 없어도 '사실상 병역면제' 가능했다


한국서 재미교포 가수로 활동하던 중인 1999년, 영주권자로서 5년 이상이 경과하자 미국 법령에 따라 그의 가족은 함께 미국 시민권 신청을 했다.

당시 외국인 영주권자의 시민권 취득절차 및 요건에 관한 미국 규정인 'U.S code Title 8'에 따르면,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of 1952)에선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선 요건으로 △영주허가를 받은 다음 적어도 5년 이상 미국 내에서 계속 거주 △5년 기간 중 적어도 절반을 미국 내에서 실제 체류 △신청서를 제출한 주에서 적어도 3개월 이상 거주 △거주기간 중 부재기간이 6개월 이상 1년 이하에 달하지 않을 것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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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of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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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은 한국서 활동한 1996년부터 2002년경까지 미국을 오갔다. 그 기간 미국 체류기간은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미국 거주 및 체류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이었다.

데뷔 첫 해인 1996년엔 257일, 대중가수로서 인기가 급상승했던 1997년엔 114일을 미국에서 거주 및 체류했다. 1998년엔 132일, 1999년엔 114일을 미국에서 보내는 식으로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요건인 5년 이상의 영주 기간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체류했다. 2000년에도 213일, 사실상 국내 활동 마지막 해인 2001에도 116일은 미국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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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입출국 기록으로 확인한 유승준의 미국 거주 일수. 영주권자의 시민권 취득 요건인 5년 이상 영주기간 중 '적어도 절반'이상의 미국 체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유승준 2022년 행정법원 1심 판결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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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001년 초까지는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최소 영주기간 확보를 위해 미국을 오가면서, 영주권자로 병역문제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가수활동을 계속하는 데에 별 문제가 없었다.

당시 병역법 시행령 제134조 제8항 제2호엔 "1년 이상 국내에서 체재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병역면제 처분을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1년 이상 머물지 않고 시민권 취득을 위해 미국을 오가던 유승준은 재미교포 영주권자로서도 충분히 병역면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2001년 3월27일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발생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제134조 제8항 제4호에 "국내 취업 등 병무청장이 고시하는 영리활동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병역면제 처분을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미국 영주권자로서 국내에서 가수활동을 하던 유승준도 병역의무 이행 대상이 된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남자 연예인 중 재외교포인 경우엔 병역이 '사실상' 면제됐지만 이 시점을 기준으로 외국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 자격으론 병역면제가 어려워졌다. 유승준 재판에서 거론됐던 유명 남자 연예인들도 대부분 이 시점 이전에 병역을 사실상 피한 케이스들이다.


영주권자로 병역면제 가능했던 유승준, 박노항·원용수 고위층 병역비리 사건 여파로 갑자기 '병역이행'대상으로 전환돼


당시 병역법과 시행령이 병역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배경엔 박노항·원용수 병역비리 사건이 있었다. 1998년 헌병대 준위 원용수가 먼저 대규모 고위층 자제 병역비리로 수사를 받았고 병역비리 파트너였던 같은 헌병대의 박노항 원사는 병무청 파견 근무 중 도피해 장기간 수배를 받기도 했다.

박노항·원용수 사건은 병역비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병역법과 시행령을 갑자기 개정했는데, 예상치못한 이 사건이 유승준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 셈이다.

2001년 3월27일 이전엔 미국 영주권자로도 충분히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병역비리 사건 여파로 유승준은 시민권을 '꼭' 취득해야만 병역이 면제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결국 유승준이 병역대상이 됐다는 소식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고, 이 문제는 대중연예 매체 등을 통해 계속 다뤄졌다. 갑자기 병역대상이 된 유승준은 만 25세의 나이에 느닷없이 병역의무 대상으로 전환돼 징병검사까지 받게 됐다. 한국 국적 남성은 만 19세에 징병검사 대상이 되는데, 미국 영주권자인 유승준은 만 25세에 징병검사를 부친의 본적지인 대구에서 받았다.


예정에 없던 징병검사를 '만 25세'에 받게된 유승준,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 속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 받아


그즈음 유승준은 2001년 1월4일 뮤직비디오 촬영 도중 움직이는 회전판에서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했다. 제1척추 추간판탈출증 등 허리부상으로 입원해 의사 권유로 2001년 2월1일 허리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유승준은 그해 8월7일 대구지방병무청 징병검사에서 보류판정을 받고 8월13일 국군수도통합병원 정밀검사로도 보류판정을 받은 뒤, 10월1일 대구지방병무청으로부터 수핵탈출증 등을 이유로 4급 보충역 판정(공익근무요원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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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이 2001년 8월 징병검사를 받던 당시 SBS에 방송된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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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조용히 끝난 게 아니라 TV카메라 등이 따라다니며 생중계 하는 등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유승준 거주지 앞에서 기다리던 스포츠연예 매체 기자가 "해병대는 어떠냐"는 질문을 하고 "네, 해병대도 좋죠"라는 답변을 하면서 '유승준, 해병대 자원입대'란 제목의 보도가 대서특필 될 정도로 대중의 큰 관심사였다.

유승준은 소집장소 여의도공원관리소, 소집기일 2001년 11월12일로 된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았으나, 가사 사유로 연기 신청해 2002년 2월14일로 연기된 기일을 받았다.

한편 유승준 부친은 그무렵인 2001년 12월경 유승준 앞으로 온 미국 시민권 2차 선서식(선서일: 2002년 1월18일) 통지를 받았다.

2001년 10월23일이었던 시민권 1차 선서식엔 유승준이 불참한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병역 징병 검사를 받으면서 입대 의사가 있었다고도 밝혔던 시기라 유승준이 선서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부친이 지난 2015년 1차 소송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울면서 증언하기도 했다.

2015년 소송에서 부친은 직접 출석해 "평소 아버지 말을 잘 듣던 아들이었는데, 미국에 가서 시민권 취득을 위한 선서식에 참석하란 설득에 응해주지 않았다"며 "아버지로서 자존심이 생겨서 이후 아들과 대화가 단절했었다"고도 진술했다.


입대하면 미국 영주권 잃고 시민권 취득기회 리셋될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귀화 선택한 유승준


당시 관련 법령에 따라 유승준은 입대를 하면 영주권을 잃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만 13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 후 영주권을 얻고 시민권을 받을 기회를 얻는 데까지 12년이 걸렸다. 군대를 다녀오면 이 과정이 무산돼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으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최소한 10년 이상이 더 걸리는 상황이었다. 유승준을 제외한 가족들은 이미 1차 선서식을 통해 2001년 말 시민권을 부여 받았다.

나중에 2004년 법개정으로 외국 영주권자도 자원입대를 하더라도 외국 영주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영주권자 입영희망원'제도가 생겼지만 유승준 논란이 있은 뒤 '사후 약 방문'식 개정이었다.

유승준은 2002년 1월8일 서울지방병무청에 여행목적을 '공연', 여행기간을 '2002년 1월12일부터 2002년 2월5일까지', 여행목적지를 '일본, 미국'으로 적은 국외여행허가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 일본으로 출국했다.

당시 규정에 따라 여행허가서에 보증인 2명을 적어냈는데, 보증인 중 병무청 직원이 포함돼 있었다거나 문책을 당해 징계를 받았단 오보와 루머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

병무청 담당 직원 등이 "(유승준을)믿고 허가해줬다"는 등의 발언을 언론 인터뷰 등에서 강조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보증인 2명은 모두 유승준 지인이었다. 유승준 출국허가와 미국 시민권 취득으로 징계를 받은 병무청 직원도 없다.

유승준은 일본 공연을 2002년 1월13일 마치고 다음 날 미국에 입국했다. 나흘 뒤 2002년 1월18일 시민권 2차 선서식에 참여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1월23일엔 LA총영사에 국적상실 신고서를 제출했다.

다음날 유승준은 곧바로 여행목적을 '공연·음반출판'으로 해 재외동포 비자인 F-4를 LA총영사에 신청했다. 바로 그 다음날인 2002년 1월25일 병무청장은 법무부장관에게 유승준에 대한 '입국제한'을, 1월28일엔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를 요청했다.

법무부장관은 2002년 2월1일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조치를 시작했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법무부는 입국금지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가 전과자가 아닌 외국 국적의 한국인에 대해 20년 넘게 입국금지를 유지하는 건 유승준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F-4가 아닌 관광비자 등 다른 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거나 '막대한 세금탈루용 귀국'이라는 '가짜뉴스'도 퍼져 있다. 몇년 전 소위 '렉카' 유튜버가 유승준 관련 잘못된 사실을 내보낸 게 의외로 '팩트'처럼 잘못 굳어졌다. 유승준은 법무부에 의해 '입국'이 금지된 상태라 비자 유무와 관련없이 입국이 불가능하다. '세금탈루설'도 마찬가지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한 다고 해도 세금 총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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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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