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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백년가게도 버티기 힘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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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 7월 7일 새벽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곱창집 ‘우장창창’ 앞에서 가게 주인 서윤수씨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강제철거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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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동안 식당을 했어. 10번을 이사했는데 3번을 쫓겨난 거야. 몇푼 벌어 다른 데로 가면 쫓겨나고, 돈 좀 모아 들어가면 또 쫓겨나고…. 이번엔 그간 벌었던 거 전부 거덜나고 쫓겨난 거지.”

이모씨(74)는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상가에서 매운탕집을 운영하다가 쫓겨났다. 2013년 3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권리금과 시설투자비로 1억7000만원을 썼다. 2016년 바뀐 건물주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건물주는 퇴거비용으로 1000만원을 제안했다가 3000만원을 주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이씨는 “그 돈으로 어디 가서 다시 장사를 하냐고. 3000만원 받고 죽으나 그냥 죽으나 매한가지”라며 거부했다. 이씨는 결국 강제집행을 당했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이씨는 1972년 6월 30일 처음 식당을 시작한 뒤 매운탕 장사만 30년을 이어왔다. “1980년대 재건축한다고 쫓겨났지, 2008년 청진동 재개발 때도 쫓겨났고. 이번에 쫓겨난 데서는 대출까지 받아 한 번도 월세를 안 밀렸어. 나쁜 짓을 해본 적도 없는데 그렇게 되더라고”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계획이 뭐 있겠어.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 친구들한테 밥이나 술이나 얻어먹고 있지….”

한국사회에서 상가 세입자가 처한 현실이 이렇다. ‘계약해지 통보→내용증명→명도소송→강제집행→퇴거’라는 공식 앞에서 세입자는 무력하다. 정부가 지정한 ‘백년가게’조차 버티기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월세를 연체한 세입자들이 대폭 늘면서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문제가 ‘국가적 재난’으로 다가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정 액수의 임대료가 밀리면 계약갱신청구 등 세입자를 위한 보호장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낙후된 도시 정비’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에서 세입자들이 설 자리는 너무나 좁다. 새 건물은 빠르게 올라가는데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주거의 하향은 빠르고 상향은 너무 어렵다. 개발은 적극적이지만 주거복지는 소극적이다”(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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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 서울 을지로 노가리골목에 있는 ‘을지OB베어’ 가게 앞에 ‘백년가게’와 ‘서울미래유산’ 현판이 철거되자 을지OB베어 공동대책위원회가 자체 제작한 현판을 다시 붙였다. / 정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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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도 쫓겨나

지난 5월 11일 을지로 노가리골목에 있는 ‘을지OB베어’ 앞에서 투쟁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교롭게도 이날 가게 입구에 붙었던 ‘백년가게’(중소기업벤처부 지정)와 ‘서울미래유산’(서울시 지정) 현판이 뜯겨나갔다. 1980년 개업 후 을지OB베어의 상징이던 맥주 보관 냉장고와 디스펜서도 철거됐다. 지난 4월 강제집행 이후 건물주가 추가 조치를 한 것이다. 건물주는 노가리골목에서 10개 영업장을 운영 중인 만선호프다.

강제집행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을지OB베어가 사라졌다. 가게 앞에서는 그러나 매일 저녁 기도회와 문화예술인의 공연 등 각종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기자회견에는 옥바라지선교센터, 을지로청계천보존연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참여연대, 빈곤사회연대 등이 참가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나왔다.

이들은 만선호프를 향해 “상생”을 외친다. 중기부와 서울시, 중구청이 나서 중재해줄 것도 요구한다. 이종건 을지OB베어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궁중족발 사건 때도 ‘이곳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세입자가 쫓겨날 것’이라는 마음으로 투쟁했다. 42년 된 을지OB베어를 지키지 못하면 장사한 지 얼마 안 된 다른 세입자들이 어떻게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월세 연체 ‘시한폭탄’

“코로나19로 영업 제한이 걸리면서 월세를 제때 못 낸 자영업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연체는 갚더라도 ‘전과’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정부와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박지호 맘상모 사무국장은 이렇게 경고했다.

상거건물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가 10년 동안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다만 몇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월세 체납이다. ‘세입자가 월세 3기(회)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연체했을 때’다. 예를 들어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횟수와 상관없이 300만원이 밀린 경우가 해당한다. 그러면 세입자는 계약갱신 청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등의 권리가 박탈된다. 건물주가 나가라면 아무 말도 못 하고 나가야 한다.

밀린 월세를 모두 갚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고시원을 운영하던 A씨는 월세 3회치를 연체했지만 이후 이자까지 모두 지불했다. 그리고 건물주와 재계약에 이르렀다. 하지만 건물주는 A씨와 갈등이 생기자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 A씨는 새로운 임차인에게서 권리금을 받고 나가겠다고 맞섰다. 건물주는 소송을 걸었다. A씨는 지난해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패소했다. 재계약을 했지만 앞선 계약에서 월세 3회분을 체납한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A씨는 “법원은 재계약과 이전 계약을 동일한 것으로 봤다”라며 “권리금 한푼도 못 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 지워버리고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대항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송은 엄두도 못 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적은 액수만 받고 퇴거한 사례도 있다. 2018년부터 횟집을 운영한 B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월세 3회분을 내지 못했다. 건물주가 바뀐다는 얘기를 듣고 대출을 받아 임대료와 연체 이자까지 냈다. 새로운 건물주는 퇴거를 요구하며 1억5000만원을 제시했다. 권리금과 시설투자비로 4억5000만원을 들인 터였다. B씨는 2027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지만, 기존 건물주 때 월세를 밀린 전력이 걸림돌이 됐다. 법정까지 가봐야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3억원을 하루아침에 날렸다. 박 사무국장은 “피눈물 나는 얘기”라고 했다.

국회는 코로나19를 감안해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밀린 연체금액은 ‘체납 액수’에서 제외하는 임시 특례를 시행했다. 이 기간 밖이라고 코로나19 여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박 사무국장은 “지금은 임대인들이 경기가 좋지 않고 임차인을 구하기 힘들어 그냥 넘어가더라도, 향후 상황이 변하면 월세 체납으로 인해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세입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551만3000명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으로 인한 연체’는 3회에 이르더라도 세입자의 권리를 계속 보장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대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세입자 권리 보장의 예외 사항 중 하나인 재건축 조항도 손봐야 한다. 지금은 안전진단을 통해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세입자는 계약갱신 청구와 권리금 회수 등의 기회도 갖지 못하고 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이유로 퇴거를 요구하면 퇴거비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2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계약갱신 요구 기한을 10년에서 무기한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이 발의됐지만 폐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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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전경 / 정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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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태계’ 유지할 수 있을까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 상인들은 도심 속에서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전기, 전자, 금속, 가공, 기계, 음향·영상, 통신 등 수많은 분야의 유통 및 제조업체 상인들이 밀집해 있다. 자원과 기술이 어우러지는 협업 공간이다. 상인들이 “우리는 한 몸”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일대에 지금 재개발이 한창이다. 크게 8개 구역으로 나눴다. 세부적으로는 모두 171개의 중·소규모 구역이 있다. 상인들은 재개발이 되더라도 이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다. 산업생태계를 훼손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2003~2005년 청계천 복원 공사 때도 많은 상인이 송파 가든파이브로 이동했지만,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해 버티지 못한 전례가 있다.

세운지구 3-1·4·5구역은 2018년 12월부터 철거를 시작했다. 지금은 새 건물이 한창 올라가고 있다. 당시 점포 약 400개가 쫓겨났다. 뿔뿔이 흩어졌다. 홍영표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장은 “성수동, 문래동, 파주 등으로 떠났다. 폐업하거나 이곳 근처로 다시 돌아와 골목 구석으로 들어간 상인들도 많다. 여기를 벗어나 따로 장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에게 이곳은 일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홍 지회장은 “상인들은 기초 산업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손가락이 절단된 분들도 많다”라며 “40~50년 가까이 일한 장소를 떠난다는 게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상인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그나마 재정착 대책을 마련한 곳도 있다. 중구 산림동에 들어서는 LH지식산업센터에는 기존 상인들을 위한 공간 58호가 마련된다. 세운지구 3-2·6·7구역에 있던 상인 중 제조업체 일부가 들어간다.

홍 지회장의 점포가 있는 수표지구에는 기존 세입자를 위한 200호 규모의 영구임대상가가 들어선다. 이에 앞서 컨테이너 218개로 임시 영업장을 만들고 70개로 창고를 짓기로 했다. 컨테이너에서 2년가량 지내다가 2025년 말이면 영구임대상가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상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모두 3번을 이사해야 한다. 또 1층에서 하던 영업을 고층에서 하게 되면 접근성과 이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정도 대책으로 산업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송파 가든파이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는 않을지 우려의 시각이 여전하다. 많은 상인이 떠났고, 또 떠나야 한다.

본래 상인들이 바라는 최적의 재정착 대책은 재개발 부지에 ‘도심 산업 클러스트’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민간개발인데다 쪼개기식으로 추진하다 보니 이 방안은 어렵다는 답변을 서울시로부터 들었다. 쪼개기식 개발로 인해 상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규합하기도 어려웠다. 홍 지회장은 “이곳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 시민들의 체험관 등 홍보를 위한 시설과 지역을 안내하는 지도 등도 설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실효성 있는 재정착 대책이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세운 3-3·8·9·10구역이 그렇다. 중구청은 세입자들을 위한 임시 영업장, 향후 상가건물의 우선 분양·임차권 등이 이주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시 영업장은 개발이 끝나면 허문다. 민간이 지은 상가의 임차권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인들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명희 황동금속 대표는 “새로운 상가건물은 임차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우리 같은 영세 세입자들은 그곳에 들어갈 여력이 안 된다”라며 “그간 해왔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서울시와 중구청, 시행사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기존 세입자를 위한 공공임대상가 등을 지을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세운상가를 허물어 재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세운상가를 허무는 게 10년 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2006년에 세운상가 일대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이 2015년 세운상가를 존치키로 하고 재생사업을 벌였다.

세운상가 내에서는 찬성 쪽도 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창연 세운상가시장협의회 회장은 “재생사업으로 5~6년 동안 상가 수리 등을 진행해 이제야 맘 편히 장사할 수 있겠구나 하던 참에 다시 세운상가 재개발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생활의 터전인데 이주할 수 있겠나. 이만한 상권도 다른 곳에선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영업보상비를 주겠지만 충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1000억원 들여 공중보행로를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허문다는 게 말이 되나”, “재개발하면 좋지만 이곳이 없으면 그냥 집에 가야 한다” 등의 반응도 있다.

세운상가 상인들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세운 4구역의 재개발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세운 4구역은 시계 장인들이 밀집해 있어 ‘시계 골목’으로 불리던 곳이다. 지난 4월부터 건물을 부수고 잔해를 처리하는 작업이 시작되면서 발생한 먼지가 세운상가로 유입되고 있다. 상인들은 장사에 지장이 크다고 주장한다. 한 상인은 “아침에 나와보면 여기저기에 먼지가 쌓여 있다. 창문도 열지 못할 정도이다. 상품에도 먼지가 앉아 ‘이게 무슨 새 제품이냐’고 항의하고 떠나는 손님도 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협의회는 입주자 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종로구청에 민원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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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재개발 절차가 진행 중인 서울 을지로 세운지구 3-3구역 내 한 점포 출입문에 이주대책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문구가 붙어 있다. / 정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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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은 언제쯤

‘용산역 텐트촌’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지원 행정의 민낯을 보여준다. 용산역 뒤편에 있는 텐트촌은 2000년대부터 조성돼 오갈 데 없는 노숙인 20여명이 살고 있다. 지난 3월 용산역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을 연결하는 공중다리 신설 사업을 시작하면서 텐트 2개(3명)를 철거했다. 공사로 인해 다른 주민들도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용산구에 임대주택 입주 등 주거지원을 신청했다. 용산구는 주민등록을 복원하거나 고시원 등 비주택으로 거처를 옮겨 3개월 이상 거주해야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텐트에서 3개월 이상 살았다는 점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자격이 안 된다는 얘기다.

주민 측은 국토교통부의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을 들며 용산구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침은 주거지원자격 요건을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움막 등 비주택 3개월 이상 거주자’로 정한다. 임대주택 신청서를 제출할 때는 주민등록이 없더라도 ‘거주사실확인서’만 제출해도 가능하다. 서울시의 노숙인 복지사업 위탁기관에서 텐트촌을 지속 방문해 상담하고 있다. 서울시는 텐트촌 현황을 수년 전부터 파악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거주 사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용산구는 지난 4월 국토부 지침과 관련해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국토부의 방침에 따라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구두로 “해당 지침에는 거주자 관할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공공임대주택 사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주민들을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용산구 자체적으로 해석·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용산구는 그러나 유권해석을 재차 요구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국토부 측은 밝혔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이곳 주민들은 재개발 등으로 밀리고 밀려 주거 하향으로 인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급진적인 요구가 아니라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도록 기성제도에 연결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산구가 지침 해석을 핑계로 이를 막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책임회피, 소극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역 주변 동자동의 쪽방촌 주민들도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간다. 정부의 공공주택 사업 계획에 별다른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은 2021년 2월 동자동 쪽방촌에 공공주택 1450호, 민간분양 960호 등의 주택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쪽방촌 주민은 임대주택에 재정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동자동 쪽방촌은 국내 최대 쪽방 밀집지역으로 1000여명이 거주한다.

1년이 지나도록 ‘공공주택지구 지정’ 등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민간개발을 주장하며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토지주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주들에게 사업 취지와 필요성, 보상 관련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단계”라며 “민간개발을 하더라도 쪽방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공공개발밖에 답이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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