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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세종~포천 고속道, '국내 첫 설계속도 140㎞' 된다…준공은 지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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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2경부고속도로로 불리는 세종~포천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이 국내 첫 시속 140㎞ 설계속도로 건설된다. 지금까지 고속도로 설계속도는 시속 110~120㎞다.

당초 정부는 설계속도 기준을 높이고 이를 해당 고속도로에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 기준 변경이 보류되며 설계속도 140㎞/h(시) 도입도 무산될 위기였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제도 아래에서 140㎞/h를 적용하는 시범 구간을 설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기존 계획을 수정해 일부 구간 차로 확장을 추진하면서 사업 속도는 느려질 우려가 높아졌다.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일정이 늦어짐에 따라 올해 예산도 감액된 상황이다. 경부·중부고속도로 혼잡을 완화할 핵심 도로건설 사업인 만큼 정부는 공정관리 등을 통해 지연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총 사업비 협의에 이어 추후 절차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2024년 6월로 예정된 준공 시점은 변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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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용인 최고 설계속도 적용 첫 도로…기준 변경 무산 후 위기 딛고 사업 추진

2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세종~포천 고속도로 중 안성~용인(32㎞) 구간에 설계속도 시속 140㎞를 적용한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속 140㎞는 역대 최고 설계속도를 적용한 것으로 국내 첫 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설계속도 시속 140㎞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라며 "건설기술은 물론 자동차 성능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지는 추세를 감안, 우리나라도 독일의 아우토반같은 속도제한을 최소화하는 도로를 만들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고속도로 설계속도를 시속 14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관련 설계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백지화됐다.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교통 체증을 해결하는 등 경제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반면 교통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전속도 5030(도심 50km/h, 이면도로 30km/h로 속도 제한)' 등 문재인 정부의 교통사고 대책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국토부가 추진했던 설계속도 기준 상향이 무산되면서 세종~포천 고속도로의 설계속도 상향도 좌초되는 듯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기존 제도 틀 안에서 시범사업 형식으로 설계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설계속도 상향 없이 높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이다. 해당 규칙에는 평지·산지 각각 120㎞/h, 100㎞/h 이상 설계속도를 맞추도록 규정돼 있다. 설계속도를 높이려면 도로 포장기술이나 직선화 공법 등이 필요해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예산 배정을 놓고 매번 기재부와 씨름하는 데다 운영속도를 담당하는 경찰청과도 협의해야하는 것이 제약으로 작용하면서 모순적이지만 최저 기준이 고속도로 설계속도의 기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최저 기준을 초과하는 설계속도를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성~용인 구간을 제외하고 모든 고속도로는 1979년에 정해진 이 기준을 충족하거나 더 낮은 설계속도가 적용돼 있다.

다만 운영상 제한속도를 경찰청이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차들이 실제로 설계속도 수준까지 달리는 것을 합법화할지는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설계속도를 초과하면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현 도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금보다 높은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자는 게 시범구간의 목표다. 경찰청은 고속도로 구간 특성에 따라 시속 80~110㎞를 제한속도로 규정하고 있다. 설계속도가 대폭 완화된 해당 구간에 제한속도를 일부 완화할지는 부처 간 논의에 달렸는데 새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를 감안할 때 완화된 제한속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시속 120㎞ 제한속도 상향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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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연기 4차로→6차로 변경 재검토 지연…환경영향평가 등 추후 절차로 준공 일정 불확실성 ↑

국내 최고 설계속도를 적용한 고속도로가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전체 6차선으로 설계된 전체 구간 중 유일하게 4차로로 계획된 세종~연기(16.7㎞) 구간을 6차로로 확장하는 사업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해당 변경안에 대해 작년 6월부터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에 들어갔다.

문제는 1년 가까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적정성 재검토는 6~9개월 내 마무리하도록 돼 있지만 검토가 길어졌다. 작년 말 코로나 확산으로 KDI 연구가 지연된 데 더해 내실 있게 검토하는 과정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토부는 내달 말 또는 늦어도 7월 초에는 재검토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DI는 추후 확장공사시 발생하는 매몰비용에 대해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고 기재부 역시 비슷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반면 재검토 일정이 지연되면서 올해 반영됐던 예산이 일부 삭감돼 공사 지연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는 전체 세종~포천 구간 중 세종~안성 건설사업의 올해 예산(3102억원)의 9.2%인 286억원이 줄었다. 사업 변경 구간의 공사비(857억원) 중 4개월분에 해당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정부안대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올렸다. 다만 총 사업비(3조1841억원) 대비로는 0.9%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 역시 공정관리 등을 통해 지연된 일정을 최대한 만회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총 사업비 협의에 이어 환경영향평가 변경검토 등 추후 일정에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다. 이에 따라 2024년 6월로 예정된 준공 시점은 변동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구간 차로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세종시의 급성장 때문이다. 10년 뒤 교통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6차로로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10년 뒤 확장공사를 추가로 진행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애초에 건설할 때부터 차로를 늘리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사업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단순 도로가 아니라 교량, 터널이 있어 추후 확장공사를 하면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에 따른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교통량을 분산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안전상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서울~포천 고속도로 중 재정사업으로 진행되는 세종~구리 구간은 제2경부고속도로 불릴 만큼 국가 기간교통망 구축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안성~구리 구간은 2016년 착공해 이달 기준 공정률이 59% 수준이다. 준공은 내년 말 목표다. 구리~포천 구간은 민자사업으로 2017년 개통돼 운영되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예산이 삭감된 세종~안성 구간의 경우 2019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공정률이 11%다. 앞서 2008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가 결정된 이후 민간투자사업(민자)으로 추진됐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재정사업으로 변경돼 사업 속도를 높였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기술이 적용돼 운전자에게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는 고속도로가 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세종~포천 구간의 연간 사회적 편익은 연간 8640억원, 일자리 창출 7만1000명, 생산유발효과는 1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unsa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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