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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중대법, 사망산재 관심높였지만···“CEO, 법률전문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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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중대법 토론회 가보니

사망산재 사회적 관심 높였지만

준수 어려움·처벌 두려움 ‘여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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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로) 시행 100일을 돌이켜보면 중대재해법이 최고경영자(CEO)의 안전 관심을 높이기 보다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전문가로 만든 것 같습니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대재해법에서 지켜야 할 사안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 규칙에 이미 다 있습니다. 법은 (경영계의 주장처럼) 결코 모호하지 않습니다.”(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6일 국회에서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토론회장. 중대재해법의 내로라하는 두 교수의 극명한 ‘견해 차이’는 중대재해법이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영계의 요청대로 중대재해법 보완을 예고해 당분간 이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는 총 59건이다. 이 사고로 6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사고 중 아직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 사건은 없다. 경영계와 노동계, 학계는 첫 법원 판단 이후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기업들의 법에 대한 불안함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경제단체의 여러 기업 설문에서 확인되고 있다.

권 교수는 지난 16일 토론회에서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장 논란”이라며 “형사처벌법을 예방법으로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이 처벌법이냐, 예방법이냐는 제정 전부터 논란이었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법을 처벌법으로 보고 처벌로 산업재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법 조항의 모호성이 오해를 낳고 불신을 낳았다”며 “사업장의 대응, 다양한 업종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기업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처벌은 과도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예로 든 법은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의 처벌 조항이다. 이 법의 경우 위반 시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1년 이상인 중대재해법 보다 처벌 수위가 세다. 실제로 재판 이후 처벌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예단할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상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현장에서 사상(사고) 위험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며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요약하면 반기 1회 이상 점검하고, 투자를 해 인력을 배치하고, 안전교육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의무가 (경영계 우려처럼) 추상적인가”라고 청중에게 반문했다.

당시 설명회 참석자들은 중대재해법 논란이 결과적으로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더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한 목소리로 인정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의 처벌이 부각된 탓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서비스에 의존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보다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중대재해법에 대해 더 두려워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두 교수의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경영계와 노동계는 예상대로 부딪혔다. 경영계를 대표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어느 국가도 안전관리 기본 원리를 ‘(안 지키면) 형사처벌하겠다’고 법제화하지 않았다”며 “산업 현장 특성에 맞게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키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를 대표한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법에서 모호하다고 지적되는) 경영책임자 부분을 개정하면 중대재해법 의미 자체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법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판례를 보고 개정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반박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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