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물오른 손흥민과 함께, 안방에서 아시안컵 우승 어떤가요[뉴스원샷]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인정 받으며 최전성기에 접어든 지금, 2023년 아시안컵 한국 개최는 축구대표팀이 1964년 이후 58년 간 이어 온 무관의 한을 씻기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3년 7월1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 숙적 일본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1-0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이 후반 종료 직전 역습 찬스를 잡았다. 황희찬(울버햄턴)이 오른쪽 측면을 허문 뒤 내준 볼을 손흥민이 받았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왼발로 감아찬 볼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대 왼쪽 모서리에 꽂혔다. 이어진 주심의 종료 휘슬. 관중석을 가득 메운 6만5000여 축구팬의 함성에 결승전 장소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14일 AFC가 내년 6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안컵 본선 개최지 변경을 공식 발표하며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에 몸살을 앓는 중국 정부는 미리 유치한 각종 스포츠 국제대회 일정을 줄줄이 변경 중이다. 여름유니버시아드(6월 청두), 아시안게임(9월 항저우) 등 종합대회는 연기하고 축구, 육상, 역도 등 단일 종목 대회는 취소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2023년 아시안컵 남자축구 본선은 2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내년 6월16일 개막해 7월16일까지 중국 내 10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중앙일보

내년 중국이 치를 예정이던 아시안컵 본선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반납한 아시안컵 개최권을 가져와 한국축구 제2의 부흥을 이끌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판스타 손흥민(토트넘)의 맹활약, 축구대표팀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 등 호재가 이어지며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이란과 A매치에선 6만5000명이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채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스포츠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의 축구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이지만, 아시안컵에선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1·2회 대회가 열린 1960년과 1964년 우승컵을 품어본 뒤 58년 째 우승 기록을 더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준우승만 네 번을 했다.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자타가 공인하는 손흥민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안방에서 아시안컵을 치를 수 있다면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중앙일보

한국은 1960년과 64년 아시안컵 1,2회를 연속 우승한 이후 58년 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체육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제1회 아시안컵 우승트로피.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3년 아시안컵은 대한축구협회도 유치 신청에 나섰던 대회다. 지난 2019년 유치 경쟁 당시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4파전을 이뤘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중도 포기하며 없던 일이 됐다. 북한을 국제무대에 끌어내고자 했던 정치권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뜻이 맞아 떨어지며 같은 해 열리는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결국 여자월드컵 유치도 실패했다. 협회 입장에선 게도 구럭도 모두 놓친 셈이다.

2002 한·일월드컵 인프라가 여전한 한국이 대회 유치 경쟁에 적극 나설 경우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이후 아시안컵은 중동(2011년 카타르), 대양주(2016년 호주), 중동(2019년 UAE)을 오가며 열렸다. 2023년은 동아시아 몫으로 배정된 대회다.

중앙일보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하지만, 아시안컵에서만큼은 '고개 숙인 호랑이'였다.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안컵 본선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진 후 아쉬워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이 개최를 포기한 이후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지만, 중동국가가 유치할 경우 당초 6월 개막으로 예정한 대회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6월에 중동 지역이 낮 최고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들 정도로 무덥기 때문이다. 대륙컵 대회 일정이 바뀌면 국제축구연맹(FIFA)부터 AFC 산하 각국 축구협회와 프로리그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스케쥴을 조정해야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 유치에 대해 기대감과 의지를 갖고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일본도 대회 유치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개최국 변경과 관련해 아직 AFC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만큼, AFC와 긴밀히 접촉하며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지난 3월 이란과 A매치에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5000석이 가득 차는 등 축구대표팀과 A매치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건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다. 대회 유치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정부를 비롯한 유관 단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아시안컵을 성공적으로 치러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목표 아래 정부와 지자체, 대한축구협회가 손을 맞잡는 상생의 그림을 그려볼 만하다. 앞서 소개한 ‘59년 만의 아시안컵 탈환’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느낄 환희와 자부심은 덤이다.

중앙일보

3월 이란과 A매치에서 태극기 문양과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글귀를 선보인 붉은악마의 카드 섹션. 2023년 아시안컵 본선이 국내에서 열리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 축구 팬들이 많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