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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설] 뒤늦은 차별금지법 공청회, 법제화 미룰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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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관계자들이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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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온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25일 열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주관하는 이번 공청회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안 또는 평등에 관한 법안 논의를 위한 전 단계로 의견 수렴 작업이다. 국회 상임위 공청회는 전체회의에서 일정을 정해 개최해야 하지만 그동안 국민의힘이 소극적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소위 차원에서라도 열기로 한 것이다. 이날 역시 국민의힘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안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제출된 후 매번 국회에서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채 국회 폐회와 함께 사라지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줄곧 이 법 제정을 요구해온 정의당을 비롯해 민주당에서 낸 법안 등 4건이 상정돼 있지만 제대로 심의되지 않았다. 특히 정의당 발의안은 지난해 국민청원 동의가 10만 건이 넘어 법사위에 자동 회부됐는데도 당시 여야 합의로 이번 국회 말까지로 심의가 연기됐다.

국회가 법안 논의에 소극적인 것은 차별 금지 대상에 포함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대한 종교계 일부의 반발을 의식한 탓이 크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것과 달리 여론조사에서는 한결같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상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겪으며 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성소수자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의 인권보다 과다대표된 일부 집단의 표를 우선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공청회 개최는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40일째 단식하는 인권활동가 등 시민 단체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공청회 진술인으로 채택된 전문가들이 차별금지법안 찬성 일색이어서 향후 논란의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늦게라도 국회 논의가 시작된 의미는 평가할 만하다. 국민의힘도 "민심 역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논의에 적극 참여해 본격적 법안 심사로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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