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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도시락 먹고 떨이상품 사도… 생활비 4년새 39%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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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다가오는 경제] [2] 직장인들 지갑이 운다… 아껴써도 지출 늘어

편의점 도시락 매출 48% 증가, 우동집 등 저렴한 식당은 장사진

“돈 아끼려 미용실도 자주 안 가”

기혼 직장인 한달 평균 지출 2018년 43만원서 60만원으로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자취를 하는 3년 차 직장인 염지은(27)씨는 작년까지 60만원이던 한 달 용돈이 최근엔 75만원까지 늘어나 고민이다. 매달 하던 2만4000원짜리 커트도 두세 달에 한 번으로 줄였지만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더 커졌다. 염씨는 “하루 쓰는 밥값 단위가 달라진 탓”이라고 말했다. 평일 점심을 해결하는 회사 근처 식당의 한 끼 값이 7000원에서 8400원으로 뛴 것이다. 매달 고정적으로 내야 하는 월세·관리비도 늘었다. 2019년 월세·관리비는 47만원 정도. 올해는 52만8000원을 내고 있다. 염씨는 “각종 생필품은 물론이고 세탁비, 기초 화장품 가격까지 다 올라서 돈 쓰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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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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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뛰는 물가에 서민들은 소비를 줄이는데도 정작 매달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 때문에 직장인들이 월급을 받고 나서 돈이 금세 사라지는 소위 ‘월급 고개’가 찾아오는 시기가 더 빨라졌다는 자조도 나온다.

◇물가 폭풍 시대… ”미용실도 못 가는데 지출은 늘었다”

본지와 채용 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플랫폼 뉴워커를 활용해 지난 18~19일 2040세대 직장인 700여 명을 상대로 한 달에 쓰는 생활비(집세 제외)가 얼마인지 설문한 결과, 응답자들은 한 달 평균 62만6000원을 쓴다고 답했다. 인크루트가 지난 2018년에 비슷한 수의 직장인을 조사했을 때 응답자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57만7000원이었다 .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매달 지출이 9%가량 늘어난 것이다. 결혼한 직장인들의 경우 지출 상승 폭은 더 컸다. 기혼 직장인들은 2018년엔 평균 43만8000원을 쓴다고 했으나, 이번 조사에선 60만9000원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4년 사이 39%, 매년 10%가까이 지출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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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활비 부담에서 가장 큰 비율(74.6%)을 차지하는 것은 외식비였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광화문의 한 백반집은 2주 전 1만7000원에 팔던 삼겹살 가격을 1만8000원으로 올렸다. 조만간 각종 찌개류 등 다른 메뉴 가격도 올릴 예정이다. 최근 식용유를 비롯한 각종 재료 가격이 너무 오른 탓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3월보다 1.1% 상승한 118.02로, 4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돼지고기(28.2%), 달걀(6.8%), 멸치(22%), 물오징어(5.5%) 가격도 이전 달보다 크게 올랐다.

◇값싼 식당, 편의점 찾는 서민들

식료품비·외식비가 무섭도록 오르면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직장인은 점점 늘고 있다.

20일 낮 12시쯤 서울 서초동의 한 편의점. 99㎡ 규모 매장 안에 마련된 좌석 10개에 회사 신분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4200원짜리 비빔밥 도시락을 고른 직장인 김주연(34)씨는 “일반 식당에서 먹으면 보통 8000~9000원씩 내는데 편의점에선 도시락에 커피까지 먹어도 5500원 정도면 되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체 GS25에 따르면 지난 1~18일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는 47.9%, 지난 2월 같은 기간보다는 2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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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점심거리 고르는 직장인들 - 식당마다 메뉴 가격이 뛰면서 편의점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사진은 20일 정오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에서 손님들이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같은 점심거리를 고르는 모습.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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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서울 충무로 한 우동집. 직장인 20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4500원짜리 우동을 판다고 알려진 곳이다. 식당 주인 권모씨는 “연초보다 손님이 30%가량 더 늘었다”면서 “가게가 좁아 다 받을 수가 없어서 절반가량은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마트에선 할인 상품 쟁탈전이 일상이 됐다.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한 대형마트에선 달걀 특란 한 판(30구)을 6900원가량에 내놓는 행사를 벌이자마자 상품 100여 개가 금세 동이 났다. 최근 달걀 가격이 20%가량 뛰어오르면서 달걀 한 판 값이 7000~1만1000원까지 치솟자 빚어진 현상이다. 마트 관계자는 “계속되는 물가 상승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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